瑛芸

이순신이 될래요

나비 오디세이 2007. 3. 31. 22:06

"엄마, 난 커서 이순신 장군이 될래요. 그러려면 공부도 잘하고 힘도 세야지요?"

"그래."

"엄마, 나 이리로(조선시대)로 보내주세요. 그리 가야되잖아요?"

".....(^^)"

 

어제밤 책을 읽다가 아이가 하는 말에 난 무슨 말을 해야하나 한참 망설였다.

갈 수 없다고 하고 설명해주면 되는 것이었지만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고 그 시대로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 눈빛 때문이었다. 그 눈을 보고는 아무리 상황을 설명한다 해도 아이에겐 무의미한 일이

될 터였다. 나는 눈을 마주치고 미소로 대답하고 안아주었다. 그 다음에 설명을 했다.

이해를 했든 못했든 아이는 엄마가 하는 행동에 조금 의아해하면서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아이의 순수함에 가끔 놀라고 감동을 받는다.

아이의 마음에 가까운 세상이라면 아마도 천사가 내려와 함께 지내도 되지 싶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상상의 세계. 그 세계엔 꿈도 사랑도 낭만도 가득하겠지.

아이가 언제까지 그 세계를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을까?

오랫동안 그 세계를 버리지 말고

가슴에 머리에 오래오래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꾸만 작아지는 옷들을 볼 때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본다.

자고 나면 엉뚱한 말을 하고 어제와 다른 말을 해서 엄마를 놀라게 할 때는

아이의 정신적 성숙을 느끼게 한다. 몸과 마음이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에 꿈과 사랑과 낭만을 간직하면서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펼쳐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부모된 입장에서 아이에게 해줄 것은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하는 것, 올바른 인성을 갖도록 하는 것,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것. 인간적이면서도 또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하고 싶은 일에 전심전력하여 매진할 수 있도록

자기자신을 세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이든 정열적으로 하며 이마에 땀방울이 아름다운 보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

 

매일밤 할머니에게 문안 인사를 하면서 듣는 말이 장군되라는 말이라서

이순신 장군이 된다고 하는지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건 아이에게 어떤 모델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어려서 경험한 것은 결코 잊혀지지 않으며 커서 꺼내 볼 수 있는

마음의 보석상자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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