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바람

자전거를 타고

나비 오디세이 2007. 6. 6. 08:06

현충일 아침.

어젯밤 뉴스에 칠순, 팔순의 전쟁미망인이 인터뷰를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은 미국에 가 있고

자신이 일년에 몇 번 찾아오는 남편의 묘. 이제 자신이 죽으면 누가 오겠는가. 쓸쓸한 묘역.

일년에 한 사람도 찾아오는 이 없다는 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묘가 그렇단다.

 

쓸쓸한 생각을 뒤로 하고 이른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아침바람이 참 맑고 시원했다.

'태양의 거리'에는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남녀노소.

양쪽으로 늘어선 황금 보리밭. 보리이삭 내음이 확 풍겨왔다. 정겨웠다.

모판에 서 있는 모, 심어진 모, 물을 댄 논,,, 시내를 조금 벗어난 곳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언니랑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20년 만에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나가 본 하이킹이다.

걷는 것과는 다른 기분을 느끼며 자전거로도를 질주했다. 풍경사진을 보면서 달리는 기분.

바람은 나를 뚫고 지나가고 사람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다. 운동은 건강의 상징이 아닌가.

아프다면 어찌 운동을 할 수 있겠는가.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왁자하게 우스갯소리를 하며

걷는다. 우리엄마도 그랬었지. 목젓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으셨지. 아름다운 웃음.

 

태극기를 게양해야겠다. 이제.

조기를 게양하고 묵념을 해야지. 쓸쓸함은 가슴에 묻어두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이들을 위해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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