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나도 뜨거운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면
때때로 여명처럼 붉은 햇귀가 내 인생에도 비춘다.
누군가에게 내가 뜨거운 사람이 되고자 했을 때
누군가도 내게 뜨거운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땅끝에 가서 안개바다에 젖어 보았다.
안개 속에서 나는 무애의 바다를 보았다.
그 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내면에 들어가 보았다.
땅끝 전망대에 올라 서서 저 멀리 볼 수 있었는가.
안개 속에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러나 안개는 내 앞에 있는 보이는 물질일 뿐
나는 눈을 감고 멀리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
숨을 쉰다는 것.
그것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아주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그 쉬운 일이 고해의 바다인 삶에서는 간단치 않다.
그러나 고해의 바다에서, 또 안개 바다에서도 거미줄에 걸린 아름다운 이슬방울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 그것으로 생은 다시 피어난다.
情이 뭉쳐서 愛가 되었다.
그것은 양은 냄비가 아니었다.
무쇠 솥에서 은근하게 익은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