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바람

봄바람

나비 오디세이 2008. 3. 27. 16:34

바람이 많이 분다. 봄은 봄이로되 봄이 아닌 듯하다. 봄옷을 입으려니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내의를 얇게 입고 얇은 겨울옷을 입고 겉옷만 봄옷을 입었다. 보온이 잘 된 것 같다. 춥지 않다.

모두들 추워도 춥다고 말하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인데 난 더운 기운이 인다.

몸이 추우면 이렇게 옷을 껴입으면 된다.

그런데 마음이 추우면 어떻게 해야하나. 마음에 병이 들면 어찌하나. 늘 생각하지만 언제나 해답을 찾을 길이 없다.

막막하다. 그럴 때는.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그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또 기다린다.

 

무엇이 나를 병들게 했을까. 무엇이라고 딱히 정하기엔 그 수가 또 너무 많은 것 아닐까 한다.

봄이라서 그런 것일까 생각했다. 아니다. 봄은 매년 왔지만 매년 봄이라서 그렇게 마음 아픈 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제어하지 못하는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조절 능력이 부족해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처럼 달리는 것일까.

때론 사람들 모두는 말 잘 듣는 브레이크를 달고 달리는데 나만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니 실제 그러기도 한다.

 

자기 극복 내지 자기 초극을 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까.

그것은 꿈처럼,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유난히 힘든 3월. 나락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 추스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바닥에 닿는 기분.

꽃샘바람인냥 춘풍이 부는 날

외려 내 마음엔 바람이 불어

바람따라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다.

바람이 나를 위로한다. 

나무가 나를 위로한다.

바람 앞에서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의연하게 서 있는 목련 한 그루. 그 옆에 서 본다.

겨울바람과 눈비를 고스란히 맞고 견딘 모습이 처연하다.

갈라진 수피를 만져본다. 껍질만 갈라진 것이 아니라 내부까지 부석부석해진 나무의 허리.

콧등이 시리다. 가만가만 만져본다.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내게 소리없이 말하는 목련 한 그루.

가지 끝에 한 송이 자목련꽃이 피어있다. 아픈 몸으로 수액을 빨아 올려 꽃을 피웠구나!

나는 복에 겨워 우는 소리를 했구나.

 

봄바람이 차다고 겹겹이 싸매고 나간 나. 그러면서 또 아프다고 우는 나.

나무는 내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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