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1학년 7반

나비 오디세이 2008. 3. 5. 14:13

3월 3일. 아들의 초등학교입학식이 있었다.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약간 떨어지는 가운데 진지하고

엄숙하게-신입생들에겐 해당 안 되지만-치뤄지고 있었다.

신입생학부모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대강 대강 하지." "추운데 빨리 끝내지."

등등 짜증섞인 말들이 오고갔다. 그래도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없었다.

입학식의 모습은 담아 가고 싶고 식은 빨리 끝났으면 싶은 것이 그날 부모님들의 마음이었을까.

어쨌꺼나 식은 모두 마치고 끝이 났다. 그리고 반 배정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 성함이 발표되고

모두 각자의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긴장이 되어 몸이 굳은 것 같았다. 웃고 떠들고 장난하는 아이들은

볼 수 없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차이에 대해 어른보다 빨리 체득하는 것 같다.

선생님이 부르면 크게 대답을 하고 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입학식을 마치고 학교에 나간지 2틀째. 대견스럽다. 의젓하다.

입춘, 우수가 지나고 오늘이 경칩이다. 아이는 겨울을 잘 지내고 봄을 맞이하여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계절이 소리없이 다가오듯 아이의 성장도 소리없이 다가온다. 그것은 소리가 요란하다고 해서 더 빠르게 오는 것이 아님을

저절로 알게 한다. 자연의 변화에 아이의 성장도 함께 따라가는 것을 느낀다. 봄이 오는 소리가 아이의 발소리에서

먼저 들리는 것을 느끼듯이.

 

어제는 내가 발이 다쳐서 밤에 무척 힘들어 했다. 발의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다.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도 내었다. 그게 미안했다. 밤에 함께 잠자리에 누워

"영운아, 미안해. 아까는. 엄마가 너무 아퍼서 네게 짜증을 냈어."

"엄마, 알아. 엄마가 많이 아픈거. 나도 미안해. 엄마말 안 들어서."

"뽀뽀"

"응 뽀뽀"

 

가끔씩 아이와 나는 다툰다. 서로 짜증나 짜증나...하면서...

그러고 나면 어떤 때 아이가 먼저 와서 엄마 귀에 대고 속삭인다.

"엄마, 미안해요. 아까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면 나는 아이를 안아주고 토닥거려준다. 그러면서 느낀다.

'아이의 변화에 내가 잘 적응하고 있는걸까? 아이의 성장에 내가 잘 따라가고 있는 걸까?

아이의 커가는 속도에 내가 뒤떨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인대가 늘어났다고 한다. 기브스를 하고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표정에 놀라움이 가득하다. 어제밤에도 엄마 아프지마, 죽지마, 죽으면 싫어, 하던 아이다.

다리아픈 것으로 죽지는 않는다고 몇번을 말했다. 그래도 아이는 엄마가 걱정이 되는지.

괜찮아, 괜찮아, 하고 묻는다.

엄마가 어제 밤보다 잘 걷는 것을 보고나서야 안심한다.

뭐랄까. 점심을 먹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대견하고 든든했다. 바라만 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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