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새처럼

나비 오디세이 2009. 1. 14. 06:35

 

어머니, 

아버지의 어깨 위에 눈이 하얗게 쌓였어요.

그 눈이 녹으면 아버지는 어머니 곁에 가시겠지요.

자식들이 쌓아 놓은 눈덩이가 점점 무거워지다가 가벼워져야 정상일진대

아버지의 어깨위엔 점점 부풀어오른 눈덩이만 쌓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는 제 마음이 아프답니다. 

그곳에서 어머니도 보고 계시겠지만

아버지도 늘 이곳에서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음을

저는 본답니다.

그럴 땐 가슴에서 피눈물이 흐릅니다.

부부가 같이 가다가 같이 흙으로 가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더 안타까운 생이겠지요.

 

아버지의 어깨위에 쌓인 눈만큼

이 세상 사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큰 짐을 지고 가나봅니다.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짐을 더 지우는 것일까요.

욕심의 짐을 내려 놓으면 한데서 쭈그리고 잠을 자는 일은 없을까요.

강추위에 노숙자들은 점점 늘어만 간답니다. 모든 노숙자들이 스스로 멍에를 진 것일까요.

사회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진 것일까요. 둘 다 겠지요.

 

누구나 새처럼 자유롭게 비상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새들이 날 수 있는 것은 비어 있는 뼈대 때문임을 망각하고 있지요.

욕심으로 뼈대를 채우고 어떻게 자유로운 비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는 새처럼 살다 가셨지요.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웠지요. 

세상 모든 어머니가 그럴까요. 저도 어머니가 되고 나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어머니와 같은 마음일까요.

의문을 제기합니다. 모든 어머니가 다 같은 어머니는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진정한 어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도를 지닌 어머니는 흔치 않습니다.

 

진정한 어머니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면

노숙자도 줄겠고

등짐도 줄겠지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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