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바람

개구리

나비 오디세이 2009. 2. 20. 19:42

며칠 전에 가까운 산에 갔었다. 그곳에는 작은 웅덩이 하나가 있었는데 따스한 날씨에 개구리들이

절기를 잊은 채 일찍 나온 거였다. 경칩인 줄 알고 나와서 서로 짝을 부르고 와글와글...계곡을 울렸다.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는데 바람소리와 개구리의 구애의 -순전히 종족보존의 울음이라는데- 울림이 산천을 가득 메우는 것 같았다.

정말 우리도 그날의 바람은 봄바람이려니 했다. 휘청거릴 정도의 강풍에도 추운 줄을 몰랐으니까.

그러니 개구리인들 절기를 잊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낙엽과 솔가지와 각종 나뭇가지들이 뭉쳐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개구리알이 슬어 있었다. 뭉텅이로. 동그란 알들이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여서는 언제 우리가 올챙이가 되려나. 하는 것 같았다.

 

그 다음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눈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함박눈이 내리고, 고인물은 꽁꽁 얼었다. 추워서 움추리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친다.

아, 그 계곡의 개구리알은?

개구리리들은?

날씨탓일까. 개구리는 날씨를 탓해야할까. 급한 성격을 탓해야 할까?

늦잠을 잔 개구리들은 생명을 유지했을테고 대도 이을 수 있겠지.

 

버스를 놓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는데 그  버스가 사고가 났다면...

이런 일은 운명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재수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개구리가 그런 격일까.

나도 성격이 급한 편인데 아마 일찍 나와서 그 계곡의 개구리들처럼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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