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바람

나의 모습인 것 같은

나비 오디세이 2009. 3. 20. 20:42

오늘 22년만에 만난 선생님의 모습에서 20년 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긴 시간이 흘렀는데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그 시간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머리가 백발이라는 것 뿐. 선생님의 열정과 삶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강의 내내 아주 행복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지루하고 시간이 가지 않아서 힘든데 반해

또 어떤 사람을 만나면 시간이 너무 잘가서 그 시간을 묶어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오늘 선생님을 만난 시간은 4시간. 그런데 그 시간이 순간처럼 느껴지니 어찌할까. 아쉬웠다.

누군가 나를 만나면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이가 먹었다고 기운이 빠지게 하거나

느슨하게 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열정적이고 더 성실하게 더 확실하게 더 유머스럽게 하나라도 더 주려는 어른의 맘이 느껴져서 가슴이 따스해졌다. 따스한 사람은 그런 온기를 가득 품고 있어서 봄 같은 사람이다.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풍겼다. 인위가 아닌 자연 그대로를 품격으로 간직하고 있는 듯해서

보는 나는 닮고 싶은 선생님으로 가슴에 남았다.

 

가슴에 찬 바람이 가득했던 날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공허. 허허로움. 아픔 등을 선생님의 그 모습 그대로를 봄으로써 지울 수 있었. 선생님은 그것을 모르고 지나갔지만. 

22년 후 백발이 된 나의 모습. 겉모습만이 아니라 선생님처럼 가슴이 따스한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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