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김명인-복날

나비 오디세이 2018. 7. 23. 10:12

복날

 

                김명인

 

말복이라 식당 안은

보신하러 온 손님들로 법석인데

온몸 개개풀리는 땡볕 나절을

熱絲 속으로 꼿꼿이 고개 쳐들고 선

화단의 저 꽃 이름은 무얼까

그 아래 목매아지로 배 깔고 엎드린

황구 한 마리

내가 묻는 것은 꽃말이 아니라 표 나게

삼복을 건너는 제각각의 팔자인데

케케묵은 冊曆까지 들추고 나와

세상은 그런 것이다 한낮이 패도록 읽어대는

말매미 저 억센 울음

저도 애벌의 시간을 견디고 며칠 동안만

허락받은 그늘 밑의 이려니

넘치도록 그림자 드리운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늘어앉아 식당 쪽을 흘낏거리는

저 노인들도 한때는 어깨가 무너져라

땡볕을 져 날랐으리


<<파문>>, 문학과지성사, 김명인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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