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김명인
말복이라 식당 안은
보신하러 온 손님들로 법석인데
온몸 개개풀리는 땡볕 나절을
熱絲 속으로 꼿꼿이 고개 쳐들고 선
화단의 저 꽃 이름은 무얼까
그 아래 목매아지로 배 깔고 엎드린
황구 한 마리
내가 묻는 것은 꽃말이 아니라 표 나게
삼복을 건너는 제각각의 팔자인데
케케묵은 冊曆까지 들추고 나와
세상은 그런 것이다 한낮이 패도록 經 읽어대는
말매미 저 억센 울음
저도 애벌의 시간을 견디고 며칠 동안만
허락받은 그늘 밑의 生이려니
넘치도록 그림자 드리운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늘어앉아 식당 쪽을 흘낏거리는
저 노인들도 한때는 어깨가 무너져라
땡볕을 져 날랐으리
<<파문>>, 문학과지성사, 김명인 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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