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내 마음 속 그림

나비 오디세이 2005. 11. 16. 14:36

까칠하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 민머리가 된 그녀가 모자를 썼다.

두상이 깎아놓은 밤톨 같은 그녀는 모자를 써도 이뻤다.

그런데 그녀는 어색한지 자꾸 거울을 본다.

탐스런 머리카락이 자랑이던 그녀가 모자를 잘 쓰지 않았던 것도 있고

허전하여 그러리라는 것은 짐작한다.

그러나 나에겐 그녀의 그 모습조차 아름답고 그저 내 옆에 있어 주는 것 만으로도

커다란 행복이기에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사랑을 담아서.

 

한 걸음 떼기도 힘겨운 그녀지만

자식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는다.

그래서 모자를 쓰고 자식이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잘못인냥 그렇게 기도를 하러 간다.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푸석거리는 손과 발을 하고서.

 

그녀는 끝내 자식이 자식을 낳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

저 하늘에 무엇이 있다고.

하늘도 무심하지 그녀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었더라면....

그러나 사람에게 욕심은 무한하기에

그 조금이 '조금씩' 늘어나게 마련임을 안다. 불로장생을 꿈꾼다는 것을...

 

어쩌면 그녀는 그녀만의 초록동굴에서 더 행복할지 모른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그저 상상할 뿐이지만

내 안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초록동굴에서도 행복하리라 믿는다.

그녀만의 매력으로 그며만의 마술같은 힘으로 그곳조차 밝음으로 색칠해 놓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그녀가 내게 남겨준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중에 그녀가 그날 오르던 산등성이에서

내 마음속에 남겨놓은 그림은 '강인함'이다.

결코 여인으로서의 강인함이 아니라

어머니로서의 강인함의 표본을 내게 보여주었다.

내 마음속은 잔잔하게 풍금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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