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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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오디세이 2006. 2. 24. 11:55

 

한 가지에서 나온 두 형제가 있었다.

형님은 일찌기 초례를 치른 다음에 후손을 두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 형님은 종가의 종손 이었다.

형수는 소년청상이 되어 한 집안으로

 흰 옷을 입고 신행을 왔다.

그후 시아재는 형수의 손으로 장가를 보냈다.

결코 흡잡을 데 없는 격식을 갖추어서 ..

손아래 동서가 생겨서 위 아래채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그 동서 또한 예를 아는 동서였다.

윗동서의 마음을 헤아려 언제나 새벽에 일어나

비질을 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송구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랫동서가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은 형수님의 자식이오."

그리하여 삼칠일이 되기도전 아들은 윗동서의 품으로 보내졌다.

지가에서도 있는 일인데 하물며 종가의 법으로야 어찌 감히

거역할 수 있었겠는가.

 

아래채에서는 젖이 남아 돌아 짜내야하고

윗채에서는 젖이 모자라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있었다.

그렇게 자라서  종가의 종손이 된 아들이

48세 되던해에 윗동서는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 장례를 치르는 곳에 자신이 낳은 자식이 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미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나 죽어도 너 그렇게 슬피 울어줄것인냐?'

"부질없는 생각이로다.'

 

나는 느낀다. 윗동서의 아픔도 아랫동서의 아픔도.

그저 흘러가는 물처럼 자연스런 아픔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감정으로 내겐 다가온다.

상상이 간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운명일것인가.

여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내 안에 잠재울 수 있다.

 

인생이란 그런것이라고 그저 바라보고

흘러가는 곳에 잠시 멈추어 있다가

또 흐르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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