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당신의 빈자리

나비 오디세이 2006. 3. 17. 15:33

 

 

 

당신의 빈자리

 

 

허허롭게 느껴질 때

당신의 자리를 더 많이 남겨 둡니다

 

빈 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에

당신의 자리를 더 많이 남겨 둡니다

 

당신의 허물만 남겨진 것을

하염없이 바라다 보다가 지쳐 눈물 흘릴 때

당신의 자리는 이슬로 채워 집니다

 

초록이 점점 물들어 옵니다.

그럴수록 당신의 빈자리는

초록이 짙어지는 만큼 넓어집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당신을 아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기적이었습니다

당신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내곁에 지켜두려고만 했습니다

알려고 했더라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을 것인데요

 

그래서 당신의 빈자리가 더욱 커져 버렸습니다

 

안다고 사랑한다고 소유하려고 했던 것을

시린 가슴에 내려놓습니다

 

이맘때면 당신은 내 마음에 더욱더

깊은 상처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무언의 대화가 있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은밀한 언어가 춤을 출 때

위로를 받습니다

 

당신

있기에

지친 영혼에

온기가 있습니다

'초록동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새의 노래  (0) 2006.04.24
이맘 때가 되면  (0) 2006.04.17
그리운 날  (0) 2006.03.08
봄이 오면  (0) 2006.02.27
마주보기  (0) 200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