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산새의 노래

나비 오디세이 2006. 4. 24. 16:32

얼마 안 있으면 당신이 가신 날이네요.

무엇이 그리 급해서 당신은 그렇게 일찍 가셨는지,

당신 가신 후 많이 원망도 했고 그리워도 했고 가슴아파 지샌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답니다.

세월은 약이 되어준다는 것을 당신 가신 뒤에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잠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언제나 꿈 속에 나타나시던 당신도

가는 시간앞에서 점점 그 횟수가 줄었습니다.

그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만큼 그에 꼭 비례해서.

 

꿐속에 당신은 훨훨 날아 다니는 새처럼 생기롭게 보였지요.

나도 함께 당신을 따라다니면서 살아 있는 그 모습을 보여주시던 당신이

어느 순간 누워 있는 형상이더니

어느 날부터는 그 형상도 사라져 형체는 희미하게 어두움 뿐이더군요.

 

 

꿈에 당신이 나오는 횟수가 줄어 들면

나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런 나 자신을 원망하는 시간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삶은

내게 버겁게 다가왔고

내 앞에 던져진 많은 숙제들이 밀려 있었습니다.

 

당신 계신 곳에 찾아가 가슴에 맺힌 울혈을 털어 놓고 오기도 했었지요.

그것을 당신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저 묵묵히

"......."

침묵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10년이라는 세월이 켜켜이 쌓였습니다.

숨소리조차 희미하게 되어버린 세월이라고 해야할까요.

 

당신의 숨소리가 나의 가슴에는 새의 노래로 다가옴을 어느 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작은 새의 노래로 내 가슴에 자리를 잡아 갑니다.

 

오늘은 당신을 만나는 날처럼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청명한 날은 아니지만 (황사로 인해)

햇살은 내 등을 내 어깨를 내 머리를 향해 빛을 내뿜으며

당신의 소리라 말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착지 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을 허공 중에 매달려 있다가

당신을 만나는 순간에 다시 착지 한다는 것을 당신은 노래로서

말해주고 계셨습니다.

 

외로운 항해를 하지 말라고.

내게 그렇게 외치고 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 당신이 있음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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