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언니를 보면서

나비 오디세이 2006. 6. 6. 07:44

언니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 닮아 간다.

 

당신의 기일이 되면 당신의 막내 동생은 꼭 참석하여서

우리들하고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곤 하지요.

그때마다 하는 말

"수영이는 갈수록 엄마를 닮아 가는구나."

 

언니가 수술을 마치고 나와서 많이 힘들어 했다.

강한 진통제가 몸에 이상이 왔는지

순간 쇼크가 와서 형부와 나는 무척 놀랐다.

지금 점점 회복되어 가고 있지만 많이 힘들어 한다.

의사 선생님이 다른 사람보다 더 힘들거라고 미리 말을 해주긴 했지만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는 폐암 수술후 그 수술자리가 아물기까지 고통스러워 했다.

거기에다 또 방사선 치료까지 하는 날이면 먹지도 못하고 토하며

초주검이 되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언니의 모습에서 엄마가 떠오른다. 힘든 나날들...

 

당신의 모습이 겹쳐지는 시간이었답니다.

그리고 기도 했습니다.

언니는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언니는 내게 엄마와 같은 존재입니다.

당신의 자리에 언니를 두고

또 언니는 나에게 의지하고 그렇게

당신의 분신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 간답니다.

 

언니는 고통이 있지만 그 후에 안식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지요.

그러나 당신은 고통 그 후에 우리 곁을 떠나셨지요.

 

언니는 안아 줄 수 있고 당신은 안아 줄 수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인데...

그 거리는 우리가 잴 수 없는 거리입니다.

그러나 또 잴 수 없는 그 거리는 가장 가까운 거리가 되기도 한다는 데에

희망을 갖습니다. 거리가 없으니 늘 가까이 있는 당신이기에.

 

녹음이 우거진 혼불문학공원에도 당신이 있고

아이의 미소 속에도 당신이 있음을 아는

우리들은 그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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