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하루

나비 오디세이 2006. 5. 13. 23:36

이른 아침의 산정, 산마루에는 철쭉이 예쁘게 아주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아침 햇살은 어린 아이의 얼굴 같이 싱싱하고 푸릇푸릇하고 생기가 넘쳤다.

진분홍, 다홍, 하양의 철쭉들은 그 모든 정기를 받아 들이고 한껏 뽐내며 벌들과 나비들에게

맛있는 성찬을 선물하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름에

아름다운 그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에는 이곳이 지상 낙원인가 싶었다.

 

가다 하늘을 보니 푸르다.

그리고 숲 속에서 나는 산새들의 지저귐은 천상의 소리 같았다.

 

마음 속에 이른 안정감, 풍요로움, 사랑스러움, 포근함, 고요함, 이루 형언 할 수 없는

육체와 정신의 혼연일체.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눈물이 났다.

 

반대 방향으로 내려왔다.

그곳의 길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같은 길 같지만 다른 길.

인생도 그와 마찬가지이리라.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올랐다.

힘줄이 튀어 나올 정도로 무거운 돌멩이를 어깨에 메고 올라갔는데

다시 굴러 내려, 다시 들어 올리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그의 생.

일생을 그렇게 보내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

우리들 모두의 삶은 꼭 시지프스의 인생같다.

그러나 그곳에 불행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르고 내려오고 또 오르고 내려오고....이런 반복의 순간 순간에 비치는 햇살 한 줌

그 한 줌에서 오는 행복은 오르고 내리는 그 반복의 형벌을 아름답게 순화하여 주며

그곳에서 의미를 찾게 해주는 것이다.

 

아래에는 조그만 저수지가 바람 한 점 없는 아침의 햇살을 그대로 받아 들여

다른 한 세상을 품에 안고 있는 듯 했다.

맑은 거울, 명경(明鏡)이었다. 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아 내었고

소나무, 대나무, 단풍나무, 키 작은 나무,,,,

모든 것을 그대로 거꾸로 담아내고 한 번씩 물고기가 만드는

둥근 파장은 내 마음에 이는 아름다운 노래처럼 일어나서 파동을 일으켰다.

 

몰입. 무아지경. 그 곳에 한 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두려움은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순간 이었다.

내가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나는 되어 주고 싶었다.

나 그대에게 발이 되어 주고

나 그대에게 손이 되어 주고

나 그대에게 눈이 되어 주고

나 그대에게 귀가 되어 주고,,,,,,

모든 것이 되어 주고 싶었다.

 

내 곁에 있어만 준다면...

 

인생은 그런 것이다.

필요한 순간에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소중하고

가장 존귀한 것이다. 멀리서 찾는 것은 어리석음.

우를 범하는 일을 인간은 간혹 한다.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이고

그러다 또 정신이 들면 제자리에 돌아 오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오후에는 구름이 약간 낀 날이었다.

영운이랑 인라인 강습을 받았다. 강사가 바뀌었다. 지난 주에는 여선생이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이번주부터는 남자 강사였다.

영운이는 여자 강사가 생각나나보다.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자세를 교정받고 나서 하는 말에서 느낀다.

 

강습이 끝나고 축구를 하고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아이는 지치면서도 더 놀고 싶어 한다.

일찍 잠이 들었다.

 

오늘 하루는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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