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2006년 6월 30일

나비 오디세이 2006. 7. 1. 22:11

아이는 말한다.

"엄마, 전주 병원 가기 싫어. 무서워."

"그래, 무섭지. 그래도 영운이가 나으려면 가야해. "

이것이 내가 하는 최선의 대답이다. 그리고 안아 주는 일 뿐.

 

어릴적부터-생후 6개월- 중이염으로 고생을 했다. 다른 데 아픈 곳 없이 건강한데

유독 중이염이 심해 항생제도 많이 먹었고 병원도 자주 다녔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하얀 가운 입은 사람들만 보면 지레 겁을 먹고 울었다.

남자아이치곤 겁이 많은 편이고 감수성도 예민한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의사들의 행동변화도 알게 되었다.

 

몇년사이 의사들의 아이들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많다. 무척 친절해졌다.

딱딱하게 몇마디 말만 하고 끝내던 진료도 이제는

웃음으로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대화도 많이 한다.

그러니 자연 아이들도 무서워하는 마음이 줄어 든다.

비단 소아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 병원신세를 지면서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의사들의 친절한 행동을 많이 목격한다.

의사들 뿐만 아니라 간호사들도 많이 친절하다. (내가 간 병원만 그런 것인지...^^*)

의사들의 그런 변화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낀다.

맡겨도 되겠다는 안도감과 병원에 있으면서 편안하다는 것은

그만큼 병에 차도가 빠름을 의미하기도 하리라.

 

아무튼 아이의 중이염 수술을 한 뒤

이번 6월 30일에 다시 하게 되었다.

아주 작은 수술이지만 아이에게는 큰 수술이나 다름없다.

모든 과정을 다시하게 되므로 이번에도 역시 겁을 먹고 많이 울었다.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수술 당일에는 수액 주사 바늘을 꽂기 위한 일전을 치르고

우는 아이는 이제 주사 더 안 맞아? 하고 묻는다.

나는 난감하게 간호사를 바라보고...

조금 안정된 아이는 다시 항생제 검사를 하고

또 항생제를 투입하고...

긴장하고 울고를 반복하는 아니는 금식으로 지친데다 탈진하려 한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과정도 전쟁과 같았다. 우는 아이를 간호사들과

함께 들어 올려 수술대에 올리니...울고 또 운다.

수면마취를 했다. 금방 잠이 든다. 울다가...

수술을 시작하고 단 5분만에 끝났다.

아이는 비몽사몽간에 나와서 눈을 뜨고 나를 본다. 그리곤 다시 잠든다.

깨어나기까지 3시간 30분정도... 그렇게 두번째 중이염 수술이 끝났다.

 

어른이라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지만 아이에게는 큰 수술이며

수술을 위한 준비과정이 가장 힘든 일임을 알기에

이번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청력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선생님의 말에 수술을 결정했고 잘 마무리 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고 웃는 아이를 본다.

 

나도 긴장이 풀리면서 많이 힘든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두손 모아 기도한다.

이제 다시는 아이가 울면서 수술대에 눕혀지지 않기를...

 

'瑛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만큼 놓아주어야 하는걸까...  (0) 2006.08.08
캠프  (0) 2006.07.26
아이는 알까.....  (0) 2006.06.02
하루  (0) 2006.05.13
개구리와 올챙이  (0) 200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