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생각뿌리

사랑, 대화

나비 오디세이 2006. 5. 15. 22:44


 

이른 아침 우리 집에 오신 아버지의 손에는 검은 비닐 봉투가 들려져 있었다.

금방 밭에서 따온 상추와 미나리를 삶은 것과 된장을 얌전하게 담은 봉투였다.

오늘 저녁 반찬은 상추와 미나리 무침이었다.

상큼한 미나리와 싱싱한 상추가 어우러진 밥상.

그것들을 준비하신 손길에 감사를 했다. 고마운 일이다.

새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져서.

 

내가 늙어 지면 나는 고독할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의 삶은 고독할 것이라고...왠지 그럴 것 같다.

지금 받는 모든 것들에 감사할 따름이다.

 

나이가 들면 내가 내 스스로 쳐 놓은 장막에 벗어 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좀 나아질지..

 

가족들이 있다는 것에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아주 작은 일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옆에 누군가 있어 그 사람으로 인해 전 존재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그로 인해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삶. 부정하는 삶이 아니라 인정받고 긍정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 여겨진다.

'사랑'은 이런 일상에서 오는 작은 행복 속에 존재하고 있다.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고 배웠다. 그 종류를 분류하는 것이 사랑의 정의에 대해

명백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 정의들은 하나의 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 그것은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아름다운 영상이다.

 

책을 읽음에 대화를 나누 듯한다.

작가의 생각을 읽기 위해 작가의 일생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작가가 그 순간에 생각했을 것에 대해 상상하여 보기도 한다.

공감하고 비판하고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도 흘리고 ....

한 사람의 일생이 전부 투영되어 있는 한 권의 책에서 느끼는 감동이 나의 일생에 동반자가

되어 줄 것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고 그 일생에 내 일생을 반영하고픈 작가도 있다.

생각과 생각의 만남,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영혼의 대화.

가끔 책은 그런 존재로 내게 남아 있다. 유독 더 깊은 영의 대화가 일어나는 작가가 있다.

그때는 내가 곧 그가 되어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 전생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내가 곧 그가 아니었을까 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생도 아주 깊은 사상에 침잠하게 되고

명상의 본질에 가까워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 참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대화'의 장을 펼치는 일은 그래서 소중하고 귀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낙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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