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생각뿌리

인연에 대해

나비 오디세이 2006. 5. 17. 14:28

요즘은 나날이 창밖 풍경이 변화 한다.

베란다로 보이는 풍경에 가슴이 환하게 밝아 진다.

담록(淡綠)색을 띠던 나무들은 풀잎들은 햇빛과 물과 바람을 그대로 맞아

이젠 제법 진한 암록(暗綠)을 띠고 있다.

 

연하고 싱그럽고 부드러움을 간직한 그들이다. 요즘에는.

점점 더 짙푸른 색을 띨 것이며 그 색은 그 깊이를 나타내는 흔적이 될 것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인생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이치에 합당하고

그 어느 비교법에서보다 우위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사람의 일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비교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 대해서도

사계절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것일 게다.

 

나에게 아주 소중한 인연이 있다.

일생을 통해 평생을 통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여긴다.

그런 인연은 아주 먼 먼 나라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핵(核)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인력(人力)의 작용이 아닌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신(神)만이 집도하는 수술실, 그 현장에서 이루어진 인연(人緣).

 

아주 힘든 시절이 있었다.

폐쇠된 공간, 그 작은 세계에서 허우적 거리고

절대자에게 가없는 기도를 외치기도 했었다.

"문을 열어 주소서."

그 기도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기도라는 것은 그런 구함의 기도가 아니어야 했다.

그저 놓아 버리고 비워 버리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나 아닌 타자를 위한 기도를 했어야 했다.

기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나를 위한 기도를 버리고

타자를 사랑하는 이타적 기도가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기도다운 기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나의 사람됨을 위해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도덕적 삶에 한층 다가가기 위한 기도.

그 끝없는 질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탈을 한 것 같은 상태에서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고

삶의 커다란 변화가 일었다. 그러기까지 많은 인내와 아픔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삶을 성숙에 이르게 했다.

상황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기보다 그 상황에 몰입하는 방법을 알게 했고

숨쉬고 내 뱉고 하는 것들이 모두 내 안에 있는 일이니 그 모든 것들을

타인에게서 찾지 말아야 함을 삶은 알게 했다.

 

가장 힘든 시기들이 연달아 온다는 것은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일일것이다.

업친데 덮친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삶의 쓴 맛은 그럴 때 가장 깊고 깊게 살을 에는 듯 베어 든다.

그 순간들은, 그 시간들은 어쩌면 정지 상태. 나만이 아픈 상태에 있고 나만이 슬픔에 싸인 상태라 여기고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고 그저 홀로 망망대해, 고도에 홀로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살에 작은 배는 작은 물살도 큰 물살처럼 느껴지고...

또 때로는 큰 물살이 작은 물살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그렇게 흘러 흘러

외딴 섬에 정박하고 나서야 나를, 진정한 나를 돌아다 보게 된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아주 깊은 미소를 짓게 된다.

나를 보면 그렇다.

 

조그만 배가 흔들리지 않는 땅에 발을 놓는 순간에

그의 내부에 이는 울림은 가장 강렬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인생의 울림.....진한 맛을 아는 것이다.

 

나를 더욱 성장하게하고 나를 우주에 포함 시켜놓은 아이.

그 인연이 내 삶의 전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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