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독백

예기치 않은 일

나비 오디세이 2006. 6. 8. 22:12

예기치 못한 일은 정신을 아사상태에 빠뜨린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목숨이라도 끊고 싶은 심정으로 아둥바둥

발버둥을 쳤던 시간들이 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작은 빛 한 줄기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헤메이다 또 헤메이다 결국에는 그 어둠에 자멸하듯 쓰러지기도 하는 인생이 있다.

 

누구나 평범한 인생을 원한다고 말한다.

평범한게 특별한 것이라고.

그러나 그 평범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평범을 가장한 특별함이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것을...그것을 알고 나의 특별함을 발견하기 위한

몸짓이 애처롭게 운다.

 

나는 결혼을 하고 누구나 그러하듯이 바로 임신과 출산이 내 앞에 있을 것을 의심치 않았다.

하루가 갔다. 한달이 갔다. 1년이 갔다. 7년이 갔다.

외아들인 남편, 그의 어머니는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기다렸다.

 

7년은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다.

사람들이 미웠다. 나도 미웠다. 세상이 미웠다. 모든게 미워서 나는

사람들을 피했다. 가장 미운 사람은 만삭의 임신부였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 사람들이.

그리고 울었다. 동생이 아이를 낳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 병원을 찾을 때에도 나는 울었다.

 

옆집의 아이를 데려다 같이 자기도 했고 기도를 했고 ...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했다. 먹는것도 가려 먹었고 자전거도 타지 않았다.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게 느껴졌다.

그래도 포기 하지 않았다. 참으로 질긴 운명.

 

놓는 순간에 오히려 잡힌다는 것을 알았다.

 

인생은 눈물의 양만큼 성숙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일까.

그 많은 눈물이 강을 이룰 때 나에게도 선물이 찾아 왔다.

 

나의 인생은 변했다. 밝은 곳에 나의 자리가 마련 되었다. 웃음도 찾았다.

동굴 속에 빛이 들어 오기 시작하자 동굴에는 어둠의 자리가 점점 줄어 들었다.

인생은 이렇게 놓는 순간에 빛을 들고 찾아 오는 선물이 있는 것임을

세월이 주는 시련에서 느끼게 한다.

 

시련은 나의 정신을 강인한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 비단 아이 문제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찾아오는 모든 시련은 결국 나를 키우는 밑바탕이었다. 야생초처럼.

 

온실의 화초가 되기를 거부하는 야생초가 들에 화사하게 피어 웃고 있는 시간은

짧지만 그 과정은 참으로 아름다운 보석이 아닌가.

 

정신이 배가 고파하는 동안에 오히려 그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더

애쓰고 애쓰기 때문에 결국에는 더 배부른 정신의 소유자가 될 수 있음을

깨우치게 하는 예기치 않은 시련은 고마운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지혜로운 자의 길은 아직 멀다.

그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하면서 장애물인 시련을 이용할 줄 아는 자가

현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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