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사랑하는 만큼 놓아주어야 하는걸까...

나비 오디세이 2006. 8. 8. 00:07

사랑하는 만큼 놓아주어야 하는 것일까?

 

심연의 바다에 놓인 사랑.

깊은 속 물살 다 뵈주는 사이라서 더 어려운 사랑.

한없이 한없이 주기만 한다해서

현명한 사랑, 지혜로운 사랑일까?

 

너의 자유, 너의 의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속박하여

그 그늘에 가두어 올가매는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네 스스로 네 날개의 깃털을 손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겠지.

네 의지로 깃털을 손질할 수 있도록 선택의 순간을 남겨주는 것은 너를

강인하게 의연하게 믿음직스럽게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겠지.

 

더 멀리, 더 높이, 더 강하게, 네 스스로 날기를 바라는 사랑.

너를 사랑하는만큼 내 안에 가두고서 너의 날개를 펼쳐주려 한다.

 

날아 간다. 날아 간다. 백로가 날아간다.

 

그 순간 내가 왜 그랬을까?

너의 울음이 그치질 않아 나는 가슴이 에이게 아팠다. 네가 울면 내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

너는 잘 울고 잘 웃는다. 아니 조그만 일에도 잘 운다. 그런 너의 성정이 나의 잘못일까.

타고난 성격일까. 자문해본다.

엄마가 달려와 달래주기를 바라는 너의 마음을 알았지만

난 너를 강하게 키우고 싶고 엄마가 달래주지 않아도

울음을 그치길 원했기에 그 선택을 했었다. 그런데 너는 결코 그치질 않으며

나의 손을 기다렸다. 고집이 강했다. 나는 내심 너의 변화를 원했지만 너는 아직

어린 영혼, 작고 여린 순수한 영혼이었다. 그 순간 늘 엄마가 너를 달래주는 것을

알고 있는 너는 결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단지 네 안의 세계에서

반드시 엄마가 올 것을 믿었는데 엄마는 오지 않았기에 너는 울고 또 울었다.

나중에 달래려 했지만 너의 서러움은 극에 달한 듯했다.

 

진정시키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쉽사리 서러움이 가라앉지 않아,  "엎어 줄까?" 했더니 그러자고 했다.

여섯살인 너는 20키로그램이 넘는다.

 

어릴 때처럼 흔들 흔들하며 베란다로 갔다.

창밖 베란다에는 달이 밝다. 시린 달이 내 가슴을 후빈다. 나는 울먹이며

왜 그랬는지 설명했지만, 너는 그 순간 이해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나중에 나중에 엄마가 그런말을 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리라 믿는다.

 

"엄마한테 할말 있어."

"뭔데?"

"방에 가봐."

"......"

어릴적 포대기를 꺼낸다. 다시 엎어주라고 한다.

 

"달님, 안녕?"

"구름아저씨, 비켜주세요. 달님 얼굴이 안 보여요."

달님과 대화하고 엄마와 대화하며 너의 설운 감정은 누그러진다.

 

나의 방식이 옳지 못했나보다.

남자아이라고 울음이 많지 말란 법은 없는데

나는 네가 울 때마다 생각한다.

강한 아이, 울음이 적은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또 네가 나에게 다정다감하게 속삭이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이중성이지 않은가. 아니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나의 욕심이 아닌가. 아이는 있는 그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면 자기존중감을 상실한다 하지 않았는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성숙의 길로 인도하고,

성숙의 사랑을 서서히 키워 나가야 하는 것을 ....

그 단계를 뛰어 넘으려 했던 나의 잘못이다. 미안하구나. 너를 너무 울린 것을 자책한다.

 

때론 너를 놓아 주고 바라보기를 시도하련다. 주시(注視)하는 사랑을 하련다. 사랑의 주시를

끊임없이 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한번 인식하는 사건이었다.

 

오늘밤 달님은 유난히 높고 상냥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달님이 엄마 같구나.

나의 사랑, 나의 영혼, 나의 한(恨), 나의 모든 것인 당신이 지켜주시길 기도합니다.

어머니, 당신의 사랑을 내가 먹고 자랐듯이 내 사랑이 당신의 손주에게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태양이 되고 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합니다.

 

오늘밤 달님은 나의 사랑을 시험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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