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생각뿌리

새벽 산책

나비 오디세이 2006. 7. 13. 07:05

달님이랑 햇님이랑 구름이랑 바람이랑 함께 걸었어요.

하늘에는 온갖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반겨 주었어요.

푸르고 푸른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는 백로떼가

소나무에게 하얀 소복을 입혀 놓은 듯해요.

꽃 같아요. 백목련 하얀 소복 꽃을 입은 소나무를 본 적이 있나요?

너무 아름다워요.

 

새벽하늘에는 동쪽 하늘에 햇님이 서쪽 하늘에 달님이 서로 인사하며

웃고 있어요. 달님이 말해요.

"햇님, 이제 당신이 비추어 줄 차례이군요. 전 이만 물러 갈게요."라고.

그러나 햇님이 방긋 미소 지으며 말해요.

"달님, 밤 동안에 애썼어요. 비가 와서 힘드셨지요?"라고.

 

둥근 타원형의 달님이 차가운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아 한참 동안 올려다 보았다.

슬퍼서 슬퍼서 울었나보다. 그래서 그 눈물이 얼어 버렸나보다. 북극이 되어 버렸다.

 

구름에 가린 붉은 기운은 서서히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희망이 솟구친다. 구름이 해를 다 가릴 수는 없는 법.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며 미소짓는다. 신비로운 영상들이 하늘에 그려져 있다.

비켜달라고 하지 않아도 구름은 때가 되면 비켜간다. 하늘엔 다시 붉은 태양이

자리를 만든다. 아, 태양이여 사랑하는 이의 등에 비추소서.

 

달님의 영상이 가슴에 가득 들어와 있다. 오늘 새벽의 달님은 잊혀지지 않을

님의 모습처럼 새겨져 있다.

나의 꿈에 나타난 그 영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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