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서랍

여행

나비 오디세이 2006. 8. 2. 07:56

여행

 

지리한 장마 끝에 땡볕이 뜨겁다. 모래사장을 달군 햇살은 내 발도 아이의 발도 달군다.

또 내 어깨위에도 아이의 어깨위에도 우리 가족 모두의 어깨위에도 햇살찜을 해준다.

변산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먼저 들러 본 곳이 있다. 새만금 방조제. 제방을 따라 달리니

시원하다. 바닷바람이 몰고온 바다내음이 코끝에 걸린다. 한가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갈매기떼를

바라보며 소리치는 아이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피서철이기도 하고 일요일 한 낮이기도 해서일까.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고 북적인다.

생태계는 자생력이 있는가. 이곳을 막으면 저곳으로 가서 터를 잡을 것인가. 터를 잡을 수 있도록

사람들이 애를 쓰고 보살펴주어야 하겠지. 우리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또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주차장은 꽉 찼다. 우리의 자리도 하나 있네. 

 

불볕을 받으며 텐트를 치니 비오듯 땀이 흐른다. 그 불볕에 또 불을 지펴 밥을 짓고 찌개를 끓여

점심을 먹는다. 휴~ 땀으로 범벅이다. 설거지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이맛이로구나!

 

물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도 물 속으로 텀벙 텀벙...튜브에 몸을 싯고 아이가 제일 신난다.

저 멀리 수평선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모터보트가 쌩~요란하게 바다를 가르고 지나간다.

 

밤(夜)이다. 바닷가 밤하늘은 참 아름답다. 누구의 조화일까. 아, 저리도 사람의 마음을 당기는가.

저 빛나는 것들은 왜이리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손톱달, 조각달은 그 운치를 더하여

마음을 동하게 하는구나. 하현달의 그 빛을 따라 바다에는 바닷길이 만들어졌다. 그 길을 걷고 싶다.

내 마음은 걷고 있다. 아이도 연방 신기하다, 신기하다, 소리친다.

 

모두가 잠든 새벽바다, 고요하다. 어제의 그 요란함과 북적거림을 모두 삼키고 유유히 흐르고 있다.

그 고요속에 갈매기들의 아침식사가 이루어진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갈매기들은 신난다.

그들의 입을 보고 있자니 아이의 입모양이 보인다.

 

즐기는 여행이다. 이렇게. 피곤하지만 밤시간과 아침시간을 바다와 함께 한다는 것은

행복한 여행이므로 정신에 자양분이 된다.

 

내가 즐기는 방향이 이것이라면 아이와 남편은 또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즐긴다.

여름이 주는 행복한 만남의 시간이다. 다른 피로회복제가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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