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서랍

아버지

나비 오디세이 2006. 8. 10. 22:23

아버지의 얼굴에 주름이 깊다.

칠순이 넘은 아버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나는 볼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자식들 앞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고

목소리는 산야를 울리는 듯 우렁차게 말한다. 그것이 아버지일까.

그러나 난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초등학교 시절에 내가 힘든 상황에 있을 때, 내가 울었다.

그때 아버지도 우셨다.

나 어른된 후 아버지의 어깨를 안아 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아버지의 눈물을 두번 째로 보았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 보았던 낙루와는 너무나도 다른

눈물이었다. 아버지의 눈물, 그 진정한 의미를 헤아리고 바라볼 수 있었던 시기의

눈물은 피눈물이었다. 절규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 지고 산을 오르는 것인가보다.

점점 가파른 고개를 점점 무거워지는 무게를 느끼지만

어른은 안으로 안으로 삭히며 자신의 다리와 팔에 힘줄이 튀어져 나와도

미소를 지으며 올라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어른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어른이란 결혼을 한 남녀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단다. 상투를 틀고 머리를 올리지 않으면

어른이라 부르지 않았단다. 나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두었다.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정말 나는 어른인가, 되묻곤 한다. 내가 어른이 되려면 아직도 먼 길을 가야했다.

 

내 감정의 물길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무슨 어른이란 말인가.

절대 나를 용서치 못할 것 같은 날, 성인(成人)이라면 의당 그러해야할 것을

나는 그러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했다.

 

일하다말고 멍하니 생각한다. 나는 또 후회를 한다. 내가 참을 것을...왜 참지 못하고

또 후회할 일을 했단 말인가. 인간이 왜 그럴까....휴..

 

새벽에 뜬 둥근 달이 미소를 짓고 나를 반겨주었다. 그때는 행복, 황홀, 신의 세계를 접한 듯

홍안(紅顔)의 미소를 감출길 없었다. 손을 벋으면 만져질 듯 산등성이에 걸린 둥근 달은

나를 유혹했다. 주홍빛의 신비로운 얼굴을 하고서.

서서히 넘어가더니 해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서녘으로 넘어갔다.

동쪽하늘에 선홍빛 낭자한 해가 두둥실 덩그러니 떠올랐다. 그 또한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해주었다. 부족함이 없는 순간이었다. 세상은 모두 내것인 양 나의 마음은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었던 것.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 나의 머리속에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열어가야 할 것인지

그날의 할 일들이 차곡차곡 정리되고 있었다. 그대로 행해졌다.

 

늘 그렇듯이 모든 일은 마음 먹은대로 흐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인생사가

고뇌이며 고행이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생각대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지만은 않으므로.

 

태양빛이 이글이글 타오르며 나무들에게 인사를 하는 그때에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고 그로인해 나의 머리는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휩쓸려 들어간 것 같았다. 열기에 열기를 더하여

혼탁해진 머리가 사고(思考)하는 기능을 일순 멈추어버렸다.

 

타인에 의해 흔들려진 순간들.

사회적 동물이라서...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기에

타인으로 인한 고통이 더 비일비재한 인생인 것을 왜 모르겠는가.

그렇더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이성은 감정에 지배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이 그렇다.

훅훅 지열이 올라오는 시간에 나의 정수리에는 안개같은 김이 서렸다.

그것을 식혀준 이가 아버지다. 아버지로서도 존경하고

어른으로서도 존경하는 나의 이상형. 남자라면 그래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늘 품게 하는 아버지는 내 삶의 지렛대와 같은 존재이다.

 

오늘 새벽, 그 산등성이의 주홍빛 둥근 달과 동녘하늘의 선홍빛은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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