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아프면서 큰다고 하더니...

나비 오디세이 2006. 9. 27. 20:17

요즘 네가 잘 먹질 않는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모두 나열해도 반기지 않는다.

봄에는 아주 잘 먹지는 않았어도 그런대로 먹었고

여름에는 아주 잘 먹었는데

가을이 되면서 너는 가을을 타는 어른들처럼 음식맛을 잃어 간다.

속이 상한다. 어찌할까. 네가 잘 먹으면 잘 먹어서 난 배불렀는데...

 

목욕을 시키면서 마음이 아팠다. 여름엔 통통하던 얼굴, 팔, 엉덩이가 이제는 점점

홀쭉해지고 있다. 아이에게 먹는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단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환절기로 감기가 걸리고 중이염이 재발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넌 나았어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아무리 맛있는 것이 있어도

예전처럼 많이 먹질 않는다.

 

너는 어려서도 그랬지. 넌 며칠 잘 먹으면 또 며칠 잘 못먹었어.

커가면서 그게 없어지나 했는데 여전하다. 할머니는 너보고

"갈 먹는다"고 했지. 살이 붙을만 하면 다시 빠지고 붙을만 하면 다시 빠지고...

네가 먹는 모습을 보고 큰이모도 반겼는데...

이제 영운이가 "밥 맛을 아네"하면서.

 

오늘은 캠프에 다녀와서 피곤했는지 눈이 더 동그랗게 되어서 돌아왔지.

그리곤 잠시 휴식을 취하더니 저녁도 먹지 않고 잠들어 버렸어. 피곤해보여서

밥을 먼저 주었는데 배고프지 않다며 먹지 않았지. 억지로 먹이면 토할 것 같아

먹이질 않고 이내 후회했단다. 저녁을 안 먹고 잠들었으니...

 

캠프에서 재미있었다고 종알종알... 배운 것을 말하는 너의 모습이 예뻐서 나도 수다스러워졌지.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게 자라기만 기도한단다.

잠든 너의 모습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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