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내 발 속에 뭐가 있어"

나비 오디세이 2006. 9. 9. 07:24

"내 발 속에 뭐가 움직여. 엄마."

화장실에서 아이가 울면서 말한다.

 

"왜? 뭐가 들어 있는데? 어떻게?"

"발 속에서 꿈틀거려. 막 움직여."

 

처음엔 나도 상황 파악이 안되어 당황되었다.

생각한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와 도란 도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갔고

똥꼬(항문)이 아프다면서 힘들어 했다.

생각보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었다.

 

아, 그거였구나. 다리가 저린 것이었다.

 

목욕을 시켜주며 열 번, 아니 서른 번을 세어보라고 했다.

그러면 발 속에서 움직이는 나쁜 벌레?가 없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그랬더니 울면서도 숫자 세기를 한다.

 

"엄마, 정말 이제 없어졌어."

"하하하 거봐."

 

발 속에서 왜 뭐가 움직였는지 설명을 해주고 목욕을 마쳤다.

난 한참을 웃었다.

 

아이들의 대화에는 꾸밈도 없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어떤 아이는 할아버지 단추가 떨어진 것을 보고

"할아버지, 단추가 기절했어요." 했단다.

 

어른들이 이런 표현을 쓰면 이상하게 보겠지만

아이의 이 말은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말이 곧 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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