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무채색 그림

변산시인학교

나비 오디세이 2006. 9. 9. 08:06

어제는 제 2회 '석정, 변산시인학교 문학강연' 행사가 부안댐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 같이 참석하기로 한 옆집 언니와 행사 시작 한시간 전에 부안댐 근처에 갔다.

그곳에 작은 늪지에 갈대밭이 있었다. 아직 갈대꽃은 피기 전이었지만

가을 바람에 쓸리는 갈대밭의 소리는 내 귀를 씻어 주었다.

길가에 핀 많은 꽃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피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우리를 반기는 듯했다.

 

피흘리듯 선홍색의 맨드라미, 그 옆에 하얀색의, 연분홍색의 무궁화, 수줍은 듯 몸을 접은 달맞이꽃,

마을 회관 한켠을 장식한 과꽃, 방울토마토, 낮은 자리에 그 영롱함을 색색으로 꽃길 만든 채송화,,,

이루 말 할 수 없는 가을들판의 아름다움이다.

그곳 마을엔 감나무골처럼 감나무가 지천이다. 아직 초록빛을 간직한 감들, 그들이 주황식으로 물들어 감나무에 주홍빛 꽃이 핀 것처럼 익어 갈 때 다시 한번 찾기로 한다.

길가에 대추나무에 대추가 실하다. 내가 다섯 개를 땄다. 탐스럽다. 주인 할머니가 보는 시선.

눈이 마주쳤는데 할머니는 아무소리 안 한다. (좀 머쓱했다.) 그 대추가 지금 내 잠바 주머니에 있다.

 

시간이 되어 행사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먼저 근처 순두부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우리가 제일 어린 듯했다. (모두가 나이가 지긋하다.^^*)

내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행사장.

식사를 하면서 서로를 보고, 눈 인사를 하고 본 행사장에서는 서먹함이 없어졌다.

 

문학강연의 주제는 '문학과 생태'였다.

문학과 생태의상관성

생명파 시인 서정주와 유치환의 시 주조

수사상 시에 나타난 생명의 육성 또는 본질

문학은 생태의 예술적 소묘

 

강사의 재치와 유머와 달변이 강의장을 폭소로 물들이기도 하고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연령대가 다양한 청강생들 앞에서 자신의 강의 주제를 함축성있게 표현하고

한참 졸릴 시간인 오후3-4시의 강의를 폭소와 이해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강사의 유연함에 놀라웠다.

 

문학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어서 그것을 다 풀어 이야기 할 수도 없고 그럴 재주도 없기에

자신의 생각을 간략히 말한다는 강사의 말.

문학이란, 경계인식이 없이 철학, 종교, 과학의 세계를 넘나들 수 있다. 인식의 한계를 넘나든다.

그것은 가설에서부터 시작되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복을 받기만 하기보다 복을 짓는 문학인이 되자."는 말로 갈무리를 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강단을 내려선다.^^

 

좀 이른 저녁을 먹고 부안댐정상에 올랐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산속의 공기가 머리를 맑게 했다.

댐으로 오르는 길이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색다른 체험. 늦은 시간의 산책이 주는 색다름이었다.

물은 고요했다. 수면에 작은 동심원을 만드는 이가 있으니 작은 물고기들이었다.

산수가 수려하여 부안댐의 전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시심이 절로 우러나올 것 같았다. 바위들, 바위들, 그리고 나무들, 나무들.

유리같은 물위로 나무와 바위와 하늘이 떠 있다.

 

아래로 내려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보름달을 볼 수 있기를 원했는데...

구름이 가득하다. 그래도 행사는 진행되었고

사물놀이패가 행사 시작을 멋지게 장식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에도 시낭송, 노래, 대금, 태평소, 오카리나 등등 연주되었다.

빗속의 연주와 노래, 조명과 함께 그 모든 것들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일탈을 꿈꾸며 > 무채색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암사에 다녀오다  (0) 2007.03.25
파도  (0) 2007.02.10
12월 중순, 가을 같은 날  (0) 2006.12.21
가을 여행  (0) 2006.10.12
산행  (0) 200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