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생각뿌리

라비 샹카

나비 오디세이 2006. 9. 16. 06:42

  그날 밤 라비 샹카의 시타르 연주회는 현을 조율하는 데만 무려 두 시간이 걸렸다.

청중과 교감이 이루어질 때까지 현을 고르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본 연주가 시작되었다.

본 연주는 악보 없이 열 시간이나 계속돼 아침 열 시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려 열 두 시간이나 걸린 연주회였다.

  학교 운동장에 운집한 구름떼 같은 인도인들은 담요를 몸에 두른 채 아침이 밝아오고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모두들 새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대가의 음악에 자신을 내맡겼다.

그곳에선 도무지 지상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거기 음악을 연주하는 이도 사라지고,

음악을 듣는 이도 사라졌으며, 오직 한 음 한 음만이 남아 허공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류시화,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중에서-

 

  인도, 인도인들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의 특성과 삶의 방식을 조금씩 알아 갈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하기까지는 그 나라에 가보거나 인도에 대해 좀 더 알아야

될 것 같다. 아직도 그들의 문화에 대해 이질감이 있다. 그들의 문화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나는 인도의 유명한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의 연주만은 한 번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타르는 인도의 대표적인 현악기다. 라비 샹카는 시타르의 달인으로 일컬어지는 인도 최고의 음악가라고 한다. 오쇼 라즈니쉬도 10년 동안 명상 수행을 하는 것보다 라비 샹카의 시타르 연주를 한 시간 듣는

것이 더 깊은 명상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라비 샹카의 연주도 연주지만 허름한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그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서 열 시간, 열 두 시간을 조용히 연주자와 한 몸이 되어 감상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장소를 눈에 그려 본다. 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다. 라비 샹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런 청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라비 샹카의 음악을 들어 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청중이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학교 운동장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 긴 시간을 연주자와 청중이 혼연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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