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가을비가 내리던 날

나비 오디세이 2006. 10. 23. 06:00

가을 가뭄으로 대지는 메말라 가고 거리엔 먼지가 풀풀 날렸다. 푸석푸석한 공기가 살갖에 닿으면 느낌이 싫었다. 숨쉬기도 싫을 정도로 모든 것이 메말라 갔다. 타들어 갔다.

 

일요일 아침, 단비가 내렸다. 우산위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았다.

마음에 흐르는 사랑의 물기는 온몸을 적셔주기에 충분했다. 우산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아이는

알고 그러는 것인지... 그저 신이 난 모양이다. 우산을 쓴다는 것이.

 

베란다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시야로 들어온 거리와 야산의 풍경이 생생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 푸릇푸릇, 생기발랄한 나뭇잎들. 그 모습은 곧 하늘로 승천하려는 용의 모습처럼 보인다. 보는 사람도 용이 되는 것 같다.

 

아침 나절에는 우산을 들고 신나하던 아이가 오후들어 울상이다. 비가와서 엄마, 아빠랑 가기로 했던 야외 나들이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오후 내내 "놀아 주세요"라는 말만 달고 산다. 이것 저것 놀이를 하면서 놀아준다. 그려주고, 만들어 주고, 읽어 주고, 칼싸움도 하고, 말타기도 하고,,,, 휴! 그래도 시간은 남는다. 아이들이 집안에서만 논다는 것은 힘든일인가 보다. 힘이 넘쳐나고 다리에 기가 몰려 있는 어린시절에는 누구나 그런 것을... 나의 어린시절에도 언니들과 동생들이랑 이곳저곳, 비가오나 눈이오나 동네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것도 모자라서 집안에 흙먼지를 날리게 했고 엄마를 힘들게 했었다. 밖에서 돌아온 엄마가 피곤에 지쳐 있었을 텐데...우리에게 화를 내지 않으셨다. 어느 날은 장롱의 이불을 다 끄집어 내놓고 난장판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는 엄마에게 많이 혼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는 별말씀없이 이불을 치우고 집안을 정리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그때 그 시절에 엄마가 그립다. 젊고 아름다운 엄마가.

 

내 아이는 언제나 그리움을 불러들이는 존재다. 그것도 부모님에 대한 추억과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반성하게 한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길을 알려준다. 아이는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거울과 같다.

 

가을 날, 10월 말로 접어 든 월요일 아침, 비가 내리고 난 후 아침 공기는 뚝 떨어졌다. 정겨운 쌀쌀함이다. 추울 땐 추워야 하고 따스할 땐 따스해야 함을... 날씨의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지구가 건강한 것을 사람들은 점점 피부로 느껴가고 있는 것이다.

 

'시월애'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꼭 시월애가 아니어도 시월이 가기전에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싶다. 어제 잠시 케이블티브에서 방영해주는 '나홀로 집에'라는 영화를 봤다. 아들이 어찌나 신나하는지 같이 폭소를 터뜨리며 보았다. 주인공 케빈이 크리스마스 트리장식을 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하고 싶다며 엄마를 본다. ^^*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훌쩍 커버린 것 같아 미소를 띠며 바라본다.

 

앞으로 같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늘어 나겠지. 그때 엄마랑 같이 영화를 볼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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