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베란다 창을 통해 본 풍경. 은빛 억새들이 바람에 휘청인다. 산자락에서 언덕배기에서 무더기로 또 한 줌 정도의 두께로 서서 그들은 가을을 노래한다. 그 아래로 작은 풀들 소리없이 흔들흔들. 나는 나, 너는 너, 하지만 우리는 하나. '바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사랑을 나눌 수 없어.'라고 말하는 듯 보.. 痛通統/독백 2007.10.27
아버지와 아들 내 어릴 적 한겨울에, 오빠는 발가벗긴 채로 쫓겨났다. 어머니는 하루종일 발을 동동구르며 아들을 찾아 다녔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도 울었다. 오빠는 동네어귀의 논에 볏집에서 잠들어 있었다. 추운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하염없이 바라다보았다. 오빠는 어릴 적에 말썽을 참 많.. 痛通統/서랍 2007.08.25
버려야 할 것 버리고 또 버리고 나면 가벼워져서 새처럼 날 수 있을까. 버린다고 버려질까. 버린다고 하고서 오히려 더 붙잡고 늘어지는 우를 범하고 있는 일상. 그 일상이 버거워 더 무거워지는 삶을 사는 나. 몸도 마음도 버릴 것 투성인데 나는 어쩌자고 욕심을 내는 것일까. 7대 원죄를 버려야 한다고. 탐욕, 오만.. 痛通統/독백 2007.06.27
투기, 욕망이 빚어낸 악의 꽃 '인간은 왜 투기를 하나'라는 명제가 주어지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 한국경제신문 생글생글 주간지에서 생각하기와 글쓰기의 주제로 투기에 대해 글을 실었다. 유독 이 글이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최근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잠시나마 강원랜드 00게임-내가 볼땐 이것도 투기다-에 빠져 큰 돈을 잃어 .. 痛通統/독백 2007.05.30
안개 자욱한 아침 이른 아침, 창을 연다. 가로등 불빛이 멀다. 헤드라이트 빛이 강렬하다. 계절이 흐르는 가운데 색깔에서 세상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작 그 모든 것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이다. 돌고 돈다. 또다시 무왕불복无往不復이다. 돌아.. 痛通統/독백 2007.04.21
향긋한 봄나물, 냉이 요즘 날씨가 한겨울같다. 꽃샘추위가 뼈속까지 파고드는 기분이다. 매창공원에 즐비하게 늘어선 백매와 홍매는 금방이라도 터질듯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날씨의 변덕으로 움츠러 들었다. 그 모습이 어찌그리 앙증맞고 귀엽고 깨물어주고 싶은지... 내가 아는 언니는 그 자태를 보고 1.. 痛通統/서랍 2007.03.11
산다는 것은 눈물나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때로 눈물나게 슬픈 일이다. 나의 어머니는 절기마다 그날의 풍속을 맞추어 챙기었다. 10대의 어느 대보름날, 오곡밥과 나물이 유난히 맛있었다. 그래서 아주 많이 먹고 배탈이 났었다. 그때 엄마는 웃으셨다. 나를 빤히 보고. 그때의 오곡밥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 내일은 정월 대.. 痛通統/독백 2007.03.03
가면 무도회 가면 무도회 무대에 서 있는 동안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대를 등져서는 안 된다. 무대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구(球) 또 반대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구 검게, 희게 그림자 드리워 질 때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 네가 누군고? 내가 누군고? 그러나 서로 알려고도 하지 않는 냉랭.. 痛通統/독백 2007.02.25
잘 잊어 버린 다는 것 '잊다'라는 말은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를 이 아침 생각한다. ' 잊다'의 사전적 의미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하다. 또 마음에 오래 두지 않고 저버리다. 또 단념하고 생각하지 않다.' 이다. '日, 한국 벌써 이수현씨 잊었나?'라는 제목의 글, 그리고 故 이수현씨에 대한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 痛通統/서랍 2007.02.01
반지 20대 초반, 어느 맑은 봄날, 친구와 나는 여의도에서 만났다. 그날 윤중로에는 벗꽃이 만발하여 앵화우가 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눈같이 하얀 앵화우를 맞으며 걸었다. 아무 말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불편하지 않는 사이였고, 잠시 각자의 생각 속으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면 반겨주는 그런 대화가 가.. 痛通統/서랍 200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