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구름

두려움

나비 오디세이 2007. 5. 28. 15:04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산에 가면 가끔 뱀을 만난다.

혼자 산행을 하면서 산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힘든줄 모르고 산행을 하게 된다.

요즘은 점점 푸르러지고 점점 더 풍요로워지는 산야에 젖어든다.

도로가에 인공으로 조성해놓은 화단에는 형형색색 꽃들이 만발하다.

빨강, 노랑, 자주, 연분홍, 다홍, 보랏빛,,,등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반면에 산에는 찬란한 빛의 항연보다는 하얀빛의 아기자기한 우리 꽃들이 초록에 숨어서

부끄러운듯 피어 있다.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꽃이 피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때죽나무, 팥배나무, 찔레나무, 개암나무,,,

엉겅퀴는 이름모를 무덤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서는 애간장을 녹이듯 타고 있다.

엉겅퀴의 화려한 빛도 도로가 화단에 핀 팬지보다는 화려하지 않다.

산에는 서로서로 보듬어서 서로를 숨기듯 하는 성질이 있는 것 같다.

 

소로에 나와 먹이를 먹고 있는 까치 부부(내가 보기에 부부같다^^)가 정답다.

내가 가는 소리에 놀라 숲으로 날아간다. 새들은 참 대단해. 어떻게 그 좁은 나무사이를

저리도 잘 날아가는가? 까치뿐인가. 산새들 모두 그렇다.

산비둘기, 직박구리, 꾀꼬리, 박새,,,

산에 오르면 산이 친구가 되어줌에 감사한다.

그렇게 조용히 사색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스르륵 스르르륵" 소리가 난다. 조용한 가운데 그 소리는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 바로 앞에 초록뱀이 기어가고 있다. 내가 놀라 멈칫하니 저도 멈칫한다. 휴!

가던길을 뒤로 하고 다시 돌아왔다. 혼자 산에 왔다가 뱀에 물리면 어찌하라고!???

초록뱀에는 독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그 생각이 들었다.

전에 작은 갈색뱀은 그리 무섭지 않았는데 오늘은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누구든 상대방에게 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니까 상대방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지만 무방비상태에 있을 때

그에 대한 대비가 없기에 놀라고 두려워하고 공포에 떠는 것이다.

두려움은 눈에 보이는 적에 대한 두려움이 클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두려움이 클까?

뱀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나는 뱀이 있는줄 모르고 그냥 그 길을 걸어 갔을 것이다.

뱀은 뱀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갔을까? 아니면 뱀이 나중에 나의 다리를 물었을까?

뱀의 출현이 나의 머리를 쭈뼛서게 함과 동시에 생각의 고리를 물게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뱀을 두려워 한다. 왜 일까? 뱀이 사악함의 대명사로 통하기도 하지만

뱀은 왠지 그 생김에서부터 두려움을 일으킨다.  뱀과 더불어 사악함을 나타내거나 두려운 눈빛을

나타낼 때 전갈을 들기도 한다. 사갈의 눈.

 

나의 두려움은 내 안에 있는 것.

가장 큰 적은 내 안에 있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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