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구름

직박구리 사랑

나비 오디세이 2007. 6. 13. 18:00

며칠 전, 우리 가족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옆동 단풍나무아래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몇명의 어린이들이 모여들더니 그 위로 직박구리 두 마리가 선회하며 째지듯,

급박한 울음을 운다. 이상하여 가보니 그곳에 둥지에서 떨어진 직박구리 어린 새끼가

있었다. 날다가 떨어진 것일까? 날기 연습중에? 어찌 된 건지 모르지만

그 작은 새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아이들은 신기해서 만져보려고

작은 새의 곁을 떠나지 않지만, 직박구리 부모는 아이들이 자기 새끼를 헤치려는 줄 안다.

작은 새가 날아 보려 하지만 날아 오르지 못한다. 안타까워 손으로 들어 날려 보내주어보지만

날지 못한다. 어미 새들은 배회하며 새끼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새끼의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 어미가 새끼를 구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아이들을 설득하여 주변을 모두 떠나게 했다. 그렇게 설득하는데 거의 10분정도 소요된 것 같다.

궁금하여 그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나도 참았다.

 

다음날 아침.

소동의 자리에 가보니 새끼는 보이지 않고 어미새들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되었든 나는 어미들이 새끼를 구출했을 것이라 믿으면서 안심한다.

다른 적이 나타나 새끼를 가로채지 않은 이상에는.

 

지금 우리 산에는 직박구리, 딱새, 멧비둘기, 산까치, 박새, 어치, 딱다구리,산비둘기, 꿩, 새매, 등

텃새들이 한참 새끼를 낳아 기르기에 바쁘다.

직박구리는 항상 두 마리가 함께 다닌다. 서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다정스럽다.

박새는 떼로 모여 산다. 소나무 꼭대기에 작은 새, 박새의 새끼들이 작은 나비처럼 날아서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간다. 귀엽다. 새들이 나무에서 벌레를 잡아 먹는 모습은 귀엽다.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도 귀엽다. 작은 새, 중간 크기의 새, 그리고 커다란 새.

모두 공기를 가르며 잽싸게, 때로 유영하듯 나는 모습은

나를 날고 싶게 만든다.

새들이 이리저리 숲을 자유로이 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나무 사이를 어찌 그리 자연스럽게 빠져 나가는지.

 

뭇 짐승들의 자식사랑이 어찌 직박구리뿐이랴.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짐승도 사람에 못지 않다. 아니 때론 더 지극하다.

사람이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금수만도 못하다는 것이 이런 이유 아닌가.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다지만

또 세상에는 있어서는 안 될 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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