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바라보기

까치집을 바라보며

나비 오디세이 2006. 3. 14. 05:55

커다란 나무 위 가느다란 가지끝에 새들의 보금자리가 있다.

햇살이 가득한 오후에는 정감을 불러일으키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저녁에는 위태위태해 보여서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킨다.

또 먹구름이 지나가며 뿌리는 백설과 장대비는 걱정을 하게 한다.

 

저 끝 높다란 곳에서 외로이 빈 집을 지키던 신의 손이 있었으니

올 봄에 찾아온 주인이 새끼를 낳을 수도 있으리라.

 

창 밖에서 바라보니 까치 한 마리가 둥지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노래도 불렀다. 한 참을 지키다가 또 다시 날아 오른다.

아마도 새끼를 위해 먹이를 나르는 것은 아닐까.

그날도 바람은 세차게 불었지만 햇살은 어린 새끼를 위해 드리우는 듯했다.

아름다운 노래로 듣는 이의 귀를 시원하고 상쾌하게 해주던 까치가 오늘은

어디로 갔을까.

 

강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눈보라가 친다. 바람은 꽃을 날리고 눈을 날린다.

우리는 이곳 안에서 따스하게 온풍기를 틀고 있다.

나무와 새는 그저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순응하면서 바람과 비와 눈을 맞이하고 있다.

어디에서 맞이하는 걸까. 새집이 흔들릴 때마다

저 안에 새끼가 어지럼증을 일으키게 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그들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으리라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것이 내가 바라보는 방식의 끝이며 어찌 해줄 수 없는 위치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저 나무에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꽃샘 추위가 잠시 멈칫하게 하지만

물오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수액이 몸을 타고 올라와 가지 끝에 봉긋 봉긋

힘이 솟아 오른다.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에도 느껴지는 나무의 힘찬 발걸음...

계절의 흐름은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 그 누구라서 이 질서를 거둘 수 있겠는가.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마음에 사계(四季)의 흐름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했고

수많은 시인들을 배출하게 했다. 자연과 더불어 하나라는 인식은 결코 뗄래야 뗄 수 없는

진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게 했다.

 

가고 오는 모든 것에서 그 진리를 터득했던 것이다.

높은 곳에 있는 까치들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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