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친구

향이 나는 친구

나비 오디세이 2006. 4. 12. 13:50

봄날이다. 봄의 절정이라고 해야할까.

꽃과 향이 가득하고 색들이 찬란히 찬연히 빛나는 사월.

향의 소리를 들을줄 알아서 향을 듣는 것은 아니나

향은 냄새를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향은 소리로 온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봄의 향, 그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반가운 친구의 전화가 걸려 왔다.

멀리 있는 친구가 가끔씩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더구나 그 친구가 향내 간직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맛을 지닌 친구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그 미소만으로도 서로를 알 수 있는 친구라면 말이다.

 

방문한다는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정읍에 산다는 친구를 만나서 내가 사는 곳 부안으로 온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반가운 소식이다. 혼자서가 아니라 동반자도 있다.

 

암튼 친구의 친구들과 어우러진 봄향기를 들을 수 있다니

아니 즐거운가.

생은 때로 극과 극을 달리는 정반대의 양상을 띠기도 하면서

이쪽 저쪽을 오락가락하는 심경으로 받아 들여지는 한 폭의 그림이고

한 권의 책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것인가보다.

알 수 없는 그 생의 한  가운데.

루이제 린저의 책 제목이 생각난다. 언제였던가 주인공의 이름마저 가물거리는 그 책에

푹 빠진 기억이 난다.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이었던가 아니 중학교. 다시 한번 읽어 보고싶구나.

 

어제는 친구가 람세스를 읽었다고 했다. 나도 읽었다. 그런데 또 보고싶다고 했더니

자기는 책을 샀다고 하면서 내가 다시 보고싶다면 빌려 준단다. 그러라고 했다.

 

책의 향기와 봄의 향기가 나를 깨우는 시간들.

친구가 더불어 향을 전하니 이 봄에는 향으로 가득하구나.

 

이 세상에서 빠르기로 향기만큼 빠른 것이 없단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 향을 사르는 것은 그 빠름에서 연유하는 것이란다.

저 세상에 계시는 영혼들에게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이 전달하는 가장 빠른

전달 수단으로서 말이다.

 

이래저래 향은 인간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향도 그렇고 자연에서 느껴지는 향도 그렇고

매캐하면서도 정신을 맑게 해주는 제사때 사르는 영혼의 향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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