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친구

3학년1반

나비 오디세이 2006. 8. 4. 23:27
날짜
2006.8.4
행복지수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몇년이 지났을까. 그녀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멀리서 차를 몰고 달려온 친구가 주변의 친구들을 모두 모이게 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어도 학창시절 친구들은 어제 만난 것처럼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고 박장대소 할 수 있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각양각색의 삶들이 펼쳐진다. 순수하고 열정에 몸바치던 학창시절, 그 맑고 밝은 초록과 푸르름은 중년의 여인의 미소뒤로 감추어졌다. 그리고 뭐랄까 알 수 없는 기운들이 머리위를 맴도다고 할까. 성숙의 아름다운 미. 각기 다른 삶의 질곡을 건너온 모습이 말 속에 얼굴 속에 녹아 있다. 그것은 결코 감출 수 없는 것을 알겠다.

 

나는 수정이와 영숙이를 여지껏 껍데기만 알고 있었다. 이제서야 조금 아는 것 같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이다. 친구도 그냥 만난다고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 많은 것을 알게 된 친구들. 깊은 의미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주고 받는 말 가운데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대화. 그것은 어쩌면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친구들은 나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하자고. 그런데 나는 그 메시지를 건성으로 받아 들였다. 그것이 미안하다. 오늘을 기점으로 그녀들을 받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뭔가 늘 쫓기듯 먼 곳을 바라보고 살았다. 그녀들을 보지 않고.

 

멀리 두고 온 정을 더 그리워하느라 그랬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그녀들이 나에게 더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전학생의 비애라할까. 그와 함께 사람을 가리는 나의 성격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나의 존재가 계곡 중간에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다. 돌맹이 거두어 내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야 했음을, 바다가 되어야 했음을 나는 몰랐다. 10대의 나이에도 20대의 나이에도.

 

이제 나를 끝까지 기다려준 그 친구들에게 거침없는 항해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서로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겠다.

 

친구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언제나 내가 먼저 찾아야 나를 찾는 친구가 있는 반면

내가 먼저 찾지 않아도 아니 내가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먼저 나를 찾고 나를 아껴주는 친구가 있다. 그런 친구의 진면목을 내 고정관념의 틀에 사로잡혀 바로 보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아무리 퍼내도 그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깊은 샘물 같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쁜 밤이다. 오늘을 축하라도 하듯 밤 하늘엔 달도 밝다. 그 옆에 별도 축하의 메시지를 가득 담고 반짝이고 있다. 아름다운 밤이다.

 

3학년 1반 친구들아, 만나서 반가웠다.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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