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비냉장고/김중일 가문비냉장고 김중일 내 생의 뒷산 가문비나무 아래, 누가 버리고 간 냉장고 한 대가 있다 그날부터 가문비나무는 잔뜩 독오른 한 마리 산짐승처럼 갸르릉거린다 푸른 털은 안테나처럼 사위를 잡아당긴다 수신되는 이름은 보드랍게 빛나고, 생생불식 꿈틀거린다 가문비나무는 냉장고를 .. 카테고리 없음 2017.12.05
그 노인이 지은 집/ 길상호 그 노인이 지은 집 길상호 그는 황량했던 마음을 다져 그 속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먼저 집 크기에 맞춰 단단한 바탕의 주춧돌을 심고 세월에 알맞은 나이테의 소나무 기둥을 세웠다 기둥과 기둥 사이엔 휘파람으로 울던 가지들 엮어 채우고 붉게 잘 익은 황토와 잘게 썬 볏짚을 섞어 벽.. 생각나누기/글마당 2017.12.03
첫눈 첫눈이다. 점점 눈발이 굵어진다. 창문에 부딪치는 눈송이를 한참 바라본다. 누군가는 첫눈이 오면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갈 것이다. 나는 이제 누구를 찾을 것인가. 십여 년 전, 우리는 눈내리는 밤길을 함께 거닐었다. 첫눈을 반기는 사람들 틈에서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만.. 痛通統/독백 2017.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