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한줌-나희덕 허공 한줌 나희덕 이런 얘기를 들었어. 엄마가 깜박 잠이 든 사이 아기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난간 위에서 놀고 있었대. 난간 밖은 허공이었지. 잠에서 깨어난 엄마는 난간의 아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이름을 부르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아가,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엄마는 ..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6.14
바닥/ 슬픈 샘이 하나 있다 바닥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6.11
라일락 밑 라일락 밑 장석남 바람도 없는데 라일락꽃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매맞는 五月의 뜰 꽃잎에 속이 울리고 담벽을 닫은 유인물에서 충혈된 절벽들이 뛰어내린다 일제히 발등을 들어올리는 풀포기들 라일락 밑은 죄다 멍투성이다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생각나누기/생각뿌리 2016.06.10
호랑이-김기택 호랑이 김기택 길고 느린 하품과 게으른 표정 속에 숨어 있는 눈 풀잎을 스치는 바람과 발자국을 빈틈없이 잡아내는 귀 코앞을 지나가는 먹이를 보고도 호랑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위장을 둘러싼 잠은 무거울수록 기분좋게 출렁거린다 정글은 잠의 수면 아래 굴절되어 푸른 꿈이 되어 있..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5.29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황인숙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황인숙 보라, 하늘을. 아무에게도 엿보이지 않고 아무도 엿보지 않는다. 새는 코를 막고 솟아오른다. 얏호, 함성을 지르며 자유의 섬뜩한 덫을 끌며 팅! 팅! 팅! 시퍼런 용수철을 튕긴다.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문학과지성사, 1988.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5.10
[스크랩] 나무와 새 / 정갑숙 나무와 새 / 정갑숙 햇살 따사로운 봄날 새 한 마리 날아와 나무 위에 앉는다. 부러운 나무는 새를 보며 말한다. "나도 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 나무의 마음을 안 새는 가슴의 비밀을 털어 놓는다. 하늘 푸른 여름날 "우리처럼 하늘을 날고 싶으면 네가 가진 것 다 나누어 줘야 해." 아무.. 카테고리 없음 2016.05.08
[스크랩] 2010년 신춘문예 당선 동시 [2010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동시] 호주머니 속 알사탕 이송현 호주머니 속, 신호등 빛깔 알사탕 제각각 다른 색깔이라 달콤하다면서 왜 얼굴색은 다르면 안 된다는 걸까? 급식 당번 온 우리 엄마 검은 얼굴 보더니 친구들 모두 식판 뒤로 숨기고 멀찍이 뒷걸음질 친다, 뒤로 물러난다. "..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5.08
[스크랩] 2010년 신춘문예 당선 동시 [2010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동시] 호주머니 속 알사탕 이송현 호주머니 속, 신호등 빛깔 알사탕 제각각 다른 색깔이라 달콤하다면서 왜 얼굴색은 다르면 안 된다는 걸까? 급식 당번 온 우리 엄마 검은 얼굴 보더니 친구들 모두 식판 뒤로 숨기고 멀찍이 뒷걸음질 친다, 뒤로 물러난다. "..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5.08
그늘의 발달 - 문태준 그늘의 발달 문태준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감나무가 너무 웃자라 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 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 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 우리 집 지붕에는 폐렴 같은 구름 우리 집 식탁에는 매끼 묵은 밥 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 한 몸의..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4.29
미아 재개발 지구 - 김기택 미아 재개발 지구 김기택 집들이 덤프트럭에 실려 간다. 트럭이 느릿느릿 흔들릴 때마다 냉동육처럼 족발과 순대처럼 흔들리며 실려 간다. 포클레인이 집을 떠내 트럭에 싣고 있다. 트럭에 실리기를 묵묵히 기다리며 집들은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포클레인이 잘 떠낼 수 있도록 ..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