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재개발 지구 - 김기택 미아 재개발 지구 김기택 집들이 덤프트럭에 실려 간다. 트럭이 느릿느릿 흔들릴 때마다 냉동육처럼 족발과 순대처럼 흔들리며 실려 간다. 포클레인이 집을 떠내 트럭에 싣고 있다. 트럭에 실리기를 묵묵히 기다리며 집들은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포클레인이 잘 떠낼 수 있도록 ..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4.28
焚書 7 - 김근 焚書 7 김근 이곳에 유배된 지 수삼 년 원통도 원망도 꽃 피고 꽃지는 일이나 한가지로 되었는데, 한 날은 저녁참에 사립문 안쪽이 소란스러워 손바닥만 한 뜰에 나섰더니 임금의 용안을 한 물고기가 썰물도 거슬러 기어를 오는 거였더랬다 입을 뻐금거리며 눈알 끔벅거리며 아가미 겨우 ..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4.28
빗방울에 대하여 - 나희덕 빗방울에 대하여 나희덕 1 빗방울이 구름의 죽음이라는 것을 인디언 마을에 가서 알았다 빗방울이 풀줄기를 타고 땅에 스며들어 죽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듣고 난 뒤에야 2 인디언의 무덤은 동물이나 새의 형상으로 지어졌다 멀리서도 빗방울이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3 새 형상의 ..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4.25
코스모스 - 김사인 코스모스 김사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현대문학상수상시집>> (현대문학2005)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4.25
노숙 - 김사인 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 생각나누기/글마당 2016.04.24
0.3 0.3이라는 숫자가 나를 잡는다 아니 내가 그 숫자를 잡는다 놓은 적 없는데 놓친 적 있다 놓친 적 없는데 놓은 적 있다 거대한 산, 저 숫자는 그렇지만 또 순간에 넘을 수 있는 산 또 평생을 다해도 넘을 수 없는 산 저 숫자의 마력 그 앞에서 망부석이 된다 삶 속 초월자 생각나누기/생각뿌리 2014.12.13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지만 이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아름다움에 비할까요. 요즘 신세대 부부들은 대부분 한두 명의 자녀만을 원하는데 이들 션과 정혜영 부부는 넷째 딸을 출산했다고 하네요. 참 대단하죠. 한편 부럽기도 하고요. 자기애, 이타애, 국가애,,,등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이 사진 한 장에 담.. 생각나누기/생각뿌리 2011.07.17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없는 사람이 살기에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 생각나누기/글마당 2010.04.02
친구에게 친구야, 요즘 너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분주하지.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의 발랄함과 명랑함과 사랑스러움이 한 데 어우러져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아니 요즘에 불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나이이기도 하지. 무슨 일을 시작하.. 생각나누기/친구 2008.01.05
인정이 머무는 곳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아직도 인정이 살아 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서로서로 나눌 줄 아는 마음이 남아 있다. 누군가는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는데 빵을 만들면 들고 오고, 농장 한켠에 심은 아욱이 싱싱하다고 한 봉지 들고 오고, 호박죽을 쑤었다고 들고 간다.. 화분을 분갈이 했는데 이쁘다고 들고 .. 생각나누기/생각뿌리 200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