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인어는 왜 다 여자일까 인어는 왜 다 여자일까 김혜순 방바닥에 엎드려 내 그림자에 입을 맞추네 그림자의 귓바퀴를 물어뜯네 내 그림자의 눈이 반짝 켜지네 내 상반신엔 평생 한 번도 씻지 않은 낙타 같은 사람 내 하반신엔 깊은 바다 속으로 내 몸을 끌고 헤매는 검은 상어 같은 사람 숨어 있네 나는 그런 시큼.. 생각나누기/글마당 2018.07.23
2018년 신춘문예 당선 시 모음 2018년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모음 율가(栗家) 이소회 갓 삶은 뜨끈한 밤을 큰 칼로 딱, 갈랐을 때 거기 내가 누워있는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벌레가 처음 들어간 문, 언제나 처음은 쉽게 열리는 작은 씨방 작은 알 연한 꿈처럼 함께 자랐네 통통하니 쭈글거리며 게을러지도록 얼마나.. 생각나누기/글마당 2018.01.27
가문비냉장고/김중일 가문비냉장고 김중일 내 생의 뒷산 가문비나무 아래, 누가 버리고 간 냉장고 한 대가 있다 그날부터 가문비나무는 잔뜩 독오른 한 마리 산짐승처럼 갸르릉거린다 푸른 털은 안테나처럼 사위를 잡아당긴다 수신되는 이름은 보드랍게 빛나고, 생생불식 꿈틀거린다 가문비나무는 냉장고를 .. 카테고리 없음 2017.12.05
그 노인이 지은 집/ 길상호 그 노인이 지은 집 길상호 그는 황량했던 마음을 다져 그 속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먼저 집 크기에 맞춰 단단한 바탕의 주춧돌을 심고 세월에 알맞은 나이테의 소나무 기둥을 세웠다 기둥과 기둥 사이엔 휘파람으로 울던 가지들 엮어 채우고 붉게 잘 익은 황토와 잘게 썬 볏짚을 섞어 벽.. 생각나누기/글마당 2017.12.03
첫눈 첫눈이다. 점점 눈발이 굵어진다. 창문에 부딪치는 눈송이를 한참 바라본다. 누군가는 첫눈이 오면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갈 것이다. 나는 이제 누구를 찾을 것인가. 십여 년 전, 우리는 눈내리는 밤길을 함께 거닐었다. 첫눈을 반기는 사람들 틈에서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만.. 痛通統/독백 2017.11.24
[스크랩] 친일파 서정주 미당문학상 수상 거부한 송경동 시인 <출처> http://www.vop.co.kr/A00001175266.html (민중의 소리 / 2017. 7. 3.) 송경동 시인“‘친일&#183;독재 부역’미당문학상 거부” 송경동 시인이 2017 미당문학상 후보작 선정을 거부 했다고 밝혔다. 송 시인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000만원짜리 문학상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일탈을 꿈꾸며/바라보기 2017.08.27
이유 지금 여기에 나는 있다 지금은 지금으로서 이유가 있다 여기는 여기로서 이유가 있다 있음은 있음으로서 이유가 있다 나는 나로서 이유가 있는가 8월의 무더위가 있다 호수가 있다 연꽃이 피어 있다 바람도 있다 연잎이 뒤집어지는 순간도 있다 두근거리는 내 마음도 있다 아, 연꽃이여 .. 痛通統/독백 2017.08.07
국수-백석 국수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 생각나누기/글마당 2017.04.18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내 가지.. 생각나누기/글마당 2017.04.17
멧새 소리/ 백석 멧새 소리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정본 백석 시집>>중.. 생각나누기/글마당 2017.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