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사람 누군가에게 나도 뜨거운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면 때때로 여명처럼 붉은 햇귀가 내 인생에도 비춘다. 누군가에게 내가 뜨거운 사람이 되고자 했을 때 누군가도 내게 뜨거운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땅끝에 가서 안개바다에 젖어 보았다. 안개 속에서 나는 무애의 바다를 보았다. 그 속으로 들어..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6.26
산에 간다 지금 우리 산하에는 인동초향이 가득하다. 하얗게 피던 꽃이 서서히 진한노랑색으로 변해가면서 그 향이 더욱더 짙어진다. 인동덩굴이 산하에 뿌리는 향기를 맡으며 걷는다. 인동덩굴 줄기는 강하다. 덩굴식물들은 왼쪽으로만 감고 올라가는 게 있고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는 게 있다. 인동은 왼쪽..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6.09
자전거를 타고 현충일 아침. 어젯밤 뉴스에 칠순, 팔순의 전쟁미망인이 인터뷰를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은 미국에 가 있고 자신이 일년에 몇 번 찾아오는 남편의 묘. 이제 자신이 죽으면 누가 오겠는가. 쓸쓸한 묘역. 일년에 한 사람도 찾아오는 이 없다는 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묘가 그렇단다. 쓸..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6.06
악몽인가 새벽녘에 꿈을 꾸었다. 나와 어떤 선생님(붓글씨를 잘 쓰고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는 선생님) 그리고 나와 친한 어떤 사람. 셋이서 투명한 유리잔에 차를 마시고 있다. 그런데 찻잔에 실 다섯가닥이 연결된 실벌레? 같은 것이 떠 있다. 내가 말한다. "벌레인가요?" 선생님이 말한다. "..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5.27
이팝나무 가로수로 심어놓은 이팝나무(이밥나무)에 밥풀 같은 하얀 꽃들이 알알이 맺혀 탐스런 한 송이 꽃이 핀 것 같다. 나목에 언제인지 모르게 새순이 밀고 나오더니 봄 볕에 아장아장 걸어나오 듯 하얀 꽃들이 피어났다. 어느 나무에는 많이 어느 나무에는 아직 덜 어느 나무에는 하나도 안 피었다. 왜? 그것..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5.08
한 마리 나비 한 마리 나비 어디선가 날아든 하얀 나비 한 마리 봄 볕 한웅큼 들고 서 있는 갈래 머리 소녀 같네 나비는 알로 슬고 배고픈 애벌레로 흉측하다, 게걸스럽다 하여도 어둠도 두렵지 않아 집을 짓고 나비는 넓디 넓은 하늘을 날아 하늘하늘 훨훨 짧은 비상이 애달퍼라 남겨진 눈물보다 먼저 올라간 구름..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4.25
강가에서 강가에서 강물이 흐르고 흐른다 강기슭에 머물 틈 없이 성냄도 부드러움도 안에 감추고 바람은 살랑살랑 버드나무 잎에 살짝 입맞추고 떠나간다. 성냄도 부드러움도 안에 감추고 강물의 신信 바람의 신神을 부른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산야의 푸르름은 빈틈이 없다 나무와 나뭇잎의 이별을 채 알..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4.07
풀 위에 바람이 불면 '초상지풍초필언' 草尙之風 草必偃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 '수지풍중 초부립' 誰知風中 草復立 "누가 알랴,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것을" -詩經 요즘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글이다. 봄바람이 연일 분다. 춘풍이라기보다 동풍에 가깝다. 나만 그런가? 갑작..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4.06
봄꽃들 어제의 바람이 봄꽃들에겐 시련이었을까. 시련이었다면 성장을 일군 시련이었을까. 상처뿐인 오욕의 시간이었을까. 삼월의 꽃들. 작게 혹은 크게 무리지어 피는 군중의 꽃. 그들에게 어제의 바람은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었고 뿌리채 흔들리게 했다. FTA반대 집회를 갖으러 간다는 동생의 문자를 받았..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3.29
공포, 희망, 지혜 공포 헛된 환상이 가득한 이 가면들 사잉에 아아, 나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습니다. 보세요! 여기 한 친구가 벌써 원수가 되었으니, 나는 그가 쓴 가면을 벌써 알고 있습니다. 자는 나를 찔러 죽이려고 했지만, 이제 탄로가 나니 슬금슬금 도망을 치는 군요. 아아, 어느 쪽으로 가든 이 세상을 빠져 나..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