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어머니의 모자 빛바랜 사진 속 그 여인은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른 것일까.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땋고 수줍게 미소 지으며 근육질의 남자 옆에 단아하게 서 있다. 그녀가 양귀비보다 더 곱다고 내 마음은 소리친다. 혈기 왕성한 그 남자의 입가에도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미소가 .. 초록동굴 2006.07.26
당신의 밭 신록이 푸를대로 푸르는 7월입니다. 녹음의 정점. 눈은 시원하다 못해 얼음물에 담근 것처럼 시렸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도로를 거닐 때였지요. 문득 시선을 잡는 당신 닮은 여인들이 있었답니다. 그녀들은 뙤약볕에서 허리를 펼줄도 모르고 열심히 땅을 일구고 있었지요. 예전의 당신.. 초록동굴 2006.07.17
이름에 대하여 "이름만 보고 남자 환자 인줄 알았습니다." 수술 준비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보조 간호사가 대뜸 하는 말이 이 말이었다. 나는 내 이름이 남자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살진 않았다. 그런데 늘 내 이름에 대해서 남자가 아니었네요,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가끔은 이름이 예쁘시네요, 하는.. 초록동굴 2006.06.25
언니를 보면서 언니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 닮아 간다. 당신의 기일이 되면 당신의 막내 동생은 꼭 참석하여서 우리들하고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곤 하지요. 그때마다 하는 말 "수영이는 갈수록 엄마를 닮아 가는구나." 언니가 수술을 마치고 나와서 많이 힘들어 했다. 강한 진통제가 몸에 이상.. 초록동굴 2006.06.06
그녀의 말 당신이 내게 말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이지요. 봄의 소리 여름의 소리 가을의 소리 겨울의 소리. 계절마다 다르게 내 귓가에 들리는 소리들이 내게는 당신을 느끼는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며 동시에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엊그제 그런 당신의 .. 초록동굴 2006.05.07
산새의 노래 얼마 안 있으면 당신이 가신 날이네요. 무엇이 그리 급해서 당신은 그렇게 일찍 가셨는지, 당신 가신 후 많이 원망도 했고 그리워도 했고 가슴아파 지샌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답니다. 세월은 약이 되어준다는 것을 당신 가신 뒤에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잠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언제나 .. 초록동굴 2006.04.24
이맘 때가 되면 당신 계신 그곳에 가본지도 한참이 되었습니다. 어느 덧 시간은 흘러 당신의 기일이 다가옵니다. 느꺼운 마음으로 당신을 기립니다. 산과 들에 핀 아름다운 꽃들로도 당신을 채울 수 없습니다. 영원한 당신이길 원했지만 원한다고 모든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아는 지금 그것을 순종하고 따르고 있습니.. 초록동굴 2006.04.17
당신의 빈자리 당신의 빈자리 허허롭게 느껴질 때 당신의 자리를 더 많이 남겨 둡니다 빈 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에 당신의 자리를 더 많이 남겨 둡니다 당신의 허물만 남겨진 것을 하염없이 바라다 보다가 지쳐 눈물 흘릴 때 당신의 자리는 이슬로 채워 집니다 초록이 점점 물들어 옵니다. 그럴수록 당신의 빈자리.. 초록동굴 2006.03.17
그리운 날 당신의 체온이 당신의 미소가 봄 꽃향기처럼 그리운 날입니다. 오늘 아침 영운이가 이불에 지도를 그렸을 때부터 당신은 내게 미소를 보내며 찾아 오셨지요. 아이의 변화된 모습이나 내가 어릴 적 했을 법한 행동을 했을 때 어김없이 당신은 그 단아한 미소로 내게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 초록동굴 2006.03.08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당신의 뜨락에 가 당신의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이곳은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지만 당신의 뜨락엔 훈풍이 불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봄바람은 아직도 겨울바람처럼 차갑지만 당신의 가슴속엔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일기 때문입니다. 봄이 오면 내 가슴엔 당신의 자리가 꽃잎처럼 .. 초록동굴 200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