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눈이 나리는 곳에 마음도 나리는가. 새벽에 눈이 떠져 베란다 블라인드를 젖히니 하얀 세상이 열렸다. 눈의 마력, 매력에 푹 빠져본다. 어떻게 누가 저런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하얀 색을 동원하여도 내 마음에 저런 눈꽃을 피울 수는 없겠지. 처음엔 인생의 도화지 위에 한 가지 색깔의 물.. 일탈을 꿈꾸며/바라보기 2009.01.10
가을이 가고 있다 가라고 밀어 내지 않아도 가을은 가고 있다. 그와 반대로 오라고 하지 않아도 온다. 가고 오고, 오고 가고. 한래서왕寒來暑往이라,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온다고.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이는 이렇게 물었다. 가을이 오라고 손짓하니 겨울이 온 것일까? 아니면 겨울이 오려고 몸부림치니 가을이 비켜준 ..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8.10.27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람사이에 흐르는 기의 흐름이란 무엇일까.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 했는데 기의 흐름은 곧 영혼의 흐름과 같을 것이라 여기는데 사람과 사람사이에 기가 흐른다면 21그램이 보이지 않게 왔다 갔다 한다고 해야할까. 아니 때론 공기처럼 또 때론 비처럼, 눈처럼, 바람처럼, 소리도 내고 형체..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8.09.22
나는 지금 나는 지금 구름 위를 걷고 있다. 그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출근길 2호선 신도림 지하철역을 연상케하는 옥수수를 한 알 한 알 빼먹고 있다. 빈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그들 사이에서 미립자라도 들어갈 공간을 찾고 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옥수수들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8.08.06
봄바람 바람이 많이 분다. 봄은 봄이로되 봄이 아닌 듯하다. 봄옷을 입으려니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내의를 얇게 입고 얇은 겨울옷을 입고 겉옷만 봄옷을 입었다. 보온이 잘 된 것 같다. 춥지 않다. 모두들 추워도 춥다고 말하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인데 난 더운 기운이 인다. 몸이 추우면 이렇게 옷을 ..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8.03.27
눈 오는 날의 산행 간간이 내리는 눈발 사이로 해가 살짝살짝 비치는 날. 사자동행 시내버스에 발을 올렸다. 사자동으로 가는 버스를 탈까, 내소사로 가는 버스를 탈까 망설이다가 우리는 사자동에서 직소폭포를 거쳐 재백이고개를 넘어 내소사로 가기로 결정했다. 눈발은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언니 해가 나오잖아... 일탈을 꿈꾸며/바라보기 2008.02.01
그녀의 바람 그녀는 작고 작아서 금세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 늘. 그녀의 가슴에 지금, 비가 오고 있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 그 비를 막아줄 이 아무도 없다. 철저히 홀로 뇌성과 폭우를 맞아야 하는 그녀를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일 뿐 그의 무엇도 되어줄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삶이라는 것은 늘 홀.. 일탈을 꿈꾸며/구름 2007.08.28
오늘, 산책로는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부스럭부스럭,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까지 간다. 아침안개가 자욱하다. 양족 논에는 무애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저 너머 동산이 섬처럼 둥실 떠 있다. 왜가리 부부일까. 왝왝 하며 날아간다. 안개 속에서 실체를 드러낸 거미줄의 행렬. 그리고 안개등. 이른 아침의 산책로는 그..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8.17
산 연못에 담긴 나무, 그리고 그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들.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시고 오는 날이면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세포들이 꿈틀꿈틀하는 것을 느낄 때 감사한다. 모든 소리와 모든 사물을 볼 수 있음에 몸서리를 친다. 그런 것이다. 사는 것은.... 비워서 다시 채워지는 것들이 많은 세상. 그.. 일탈을 꿈꾸며/무채색 그림 2007.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