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살기 한겨울 초록빛으로 살기 언땅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다리에 힘이 실린다 냉기 머금고 짱짱하게 당기는 하늘 바라보며 서 있는 나무의 구석진 곳 보일듯말듯 연한 이파리 하나 내 발걸음을 잡아 당긴다 이파리 너머 새도 날고 꽃도 환하다 한겨울 새순을 밀어올리는 저 파문 그대로.. 일탈을 꿈꾸며/바람 2011.11.08
프리다 칼로 '프리다 칼로' 영화를 봤다. 먼저 책으로 접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면서 많이 아팠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 23살에 교통사고로 척추와 골반을 다치고 한쪽 발이 으스러진 그녀. 온몸을 석고로 감싸고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석고를 댄 몸에 가슴부분에 나비를 그리기 시작하고.. 일탈을 꿈꾸며/바라보기 2011.08.19
사진 사진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사진 한 장 1965년 동대문 운동장 월남으로 파병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맨발에 흰 고무신 희끗한 쪽진 머리 무명 저고리에 허리띠 질끈 졸라맨 구겨진 치맛자락 얼굴 골짜기엔 근심이 흐르고 검게 그을려 간장색이 된 손등에 툭 불거진 힘 줄 그 힘 줄은 말.. 일탈을 꿈꾸며/바람 2011.06.16
아버지 아버지가 허혈성 뇌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2주째다. 아버지는 당신이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으셨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자식들이 알았고 혼비백산 병원으로 달려 온 자식들에게 늘 웃으시던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다. 정확한 병명이 나오기까지 일.. 일탈을 꿈꾸며/구름 2011.06.05
신시도에 가다 하늘 담은 학독. 옛날 어머니들이 쓰던 물건이 이렇게 다른 모습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스해진다. 쓸모 없어 버려지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 내가 늙어지면 어디에 버려질지 모른다는 생각끝에, 저 학독의 변신이 나의 미래를 다소나마 대변해주는 것 같아 가.. 일탈을 꿈꾸며/무채색 그림 2011.02.26
농구 경기장에서 어제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하루의 칠부능선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전주 kcc 농구경기가 있는 날, 경기를 보러가자는 거였다. 쉬려했던 마음도 경기장 가자는 말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아들은 연방 웃는다. 나처럼 즐거운가보다. 날씨는 꽁꽁 얼어 붙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딱딱한 과자처.. 일탈을 꿈꾸며/구름 2011.01.18
일상처럼 일상처럼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이했다. 보내고 맞이했다는 말도 맞지 않는 표현이다. 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맞이했는가. 내가 있기에 느끼는 것일 뿐. 내가 없으면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일 터. 그런 것처럼, 일상을 평상심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늘. 일탈을 꿈꾸며/바람 2011.01.02
나의 모습인 것 같은 오늘 22년만에 만난 선생님의 모습에서 20년 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긴 시간이 흘렀는데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그 시간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머리가 백발이라는 것 뿐. 선생님의 열정과 삶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강의 내내 아주 ..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9.03.20
갑작스런 선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가까운 바닷가에 갔다. 초겨울 날씨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모래톱을 거닐고 있었다. 해안가 한적한 덤불 속에서 오목눈이가 먹이를 먹느라 사람이 지나가도 모른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유심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감춰두었던 선물을 자연이 꺼내 놓은 듯하였다. 오로지 먹는 .. 일탈을 꿈꾸며/바라보기 2009.02.27
개구리 며칠 전에 가까운 산에 갔었다. 그곳에는 작은 웅덩이 하나가 있었는데 따스한 날씨에 개구리들이 절기를 잊은 채 일찍 나온 거였다. 경칩인 줄 알고 나와서 서로 짝을 부르고 와글와글...계곡을 울렸다.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는데 바람소리와 개구리의 구애의 -순전히 종족보존의 울음이라는데- 울림..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9.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