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나비 한 마리 나비 어디선가 날아든 하얀 나비 한 마리 봄 볕 한웅큼 들고 서 있는 갈래 머리 소녀 같네 나비는 알로 슬고 배고픈 애벌레로 흉측하다, 게걸스럽다 하여도 어둠도 두렵지 않아 집을 짓고 나비는 넓디 넓은 하늘을 날아 하늘하늘 훨훨 짧은 비상이 애달퍼라 남겨진 눈물보다 먼저 올라간 구름..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4.25
강가에서 강가에서 강물이 흐르고 흐른다 강기슭에 머물 틈 없이 성냄도 부드러움도 안에 감추고 바람은 살랑살랑 버드나무 잎에 살짝 입맞추고 떠나간다. 성냄도 부드러움도 안에 감추고 강물의 신信 바람의 신神을 부른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산야의 푸르름은 빈틈이 없다 나무와 나뭇잎의 이별을 채 알..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4.07
풀 위에 바람이 불면 '초상지풍초필언' 草尙之風 草必偃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 '수지풍중 초부립' 誰知風中 草復立 "누가 알랴,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것을" -詩經 요즘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글이다. 봄바람이 연일 분다. 춘풍이라기보다 동풍에 가깝다. 나만 그런가? 갑작..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4.06
봄꽃들 어제의 바람이 봄꽃들에겐 시련이었을까. 시련이었다면 성장을 일군 시련이었을까. 상처뿐인 오욕의 시간이었을까. 삼월의 꽃들. 작게 혹은 크게 무리지어 피는 군중의 꽃. 그들에게 어제의 바람은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었고 뿌리채 흔들리게 했다. FTA반대 집회를 갖으러 간다는 동생의 문자를 받았..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3.29
개암사에 다녀오다 오늘 오전에는 흐리고 약간의 비가 내리더니 오후가 되면서 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 가족은 개암사로 길을 향했다. 개암사. 가끔 가는 산사. 단비같은 비가 내린 후 산에서는 향긋한 내음이 가득했다. 전나무 숲길을 거닐 때 영운이는 너무나 신나했다. 다람쥐가 한 .. 일탈을 꿈꾸며/무채색 그림 2007.03.25
공포, 희망, 지혜 공포 헛된 환상이 가득한 이 가면들 사잉에 아아, 나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습니다. 보세요! 여기 한 친구가 벌써 원수가 되었으니, 나는 그가 쓴 가면을 벌써 알고 있습니다. 자는 나를 찔러 죽이려고 했지만, 이제 탄로가 나니 슬금슬금 도망을 치는 군요. 아아, 어느 쪽으로 가든 이 세상을 빠져 나..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3.07
산수유가 피었다 아파트 담벼락을 둘러싸고 노란 산수유가 웃고 있다. 샛노랗게 앙증맞은 봉우리들이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눈다. 산수유는 알까? 오늘이 삼일절이라는 것을. 88년 전 오늘 우리 조상들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다 못해 죽음도 초월하여 목숨을 건 함성을 내지르며 거리를 태극기..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3.01
이유없는 반항일까 거대한 산맥을 타고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를 그대가 어떻게 거스를 수 있겠는가? 그 거대함에 그대는 자꾸만 왜소하게 변하는 것을 알고 있잖은가? 세월이 흐르면 그 거대함을 거스를 수 있다고 장담하는가? 그러나 외려 세월은 그 거대함을 더 크게 만들고 있잖은가? 그대가 지금 이 순간 죽는다면 그..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2.21
연우(煙雨) 연우(煙雨) 네 속으로 들어간 것은 나 네 속에서 나오는 것도 나 들어가고 나감에 그 문이 몇 개나 될까 젖는 줄 모르고 젖어버린 마음 벗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젖어버린 마음의 옷자락을 축구공 차듯 차 버릴 수 없어 인연의 고리고리 색색깔로 묶어서 치장하네 처음은 안개비 속에서 작은 침으로 찔.. 일탈을 꿈꾸며/구름 2007.02.17
파도 파도 스산한 바닷가에 선다. 입춘이 지나서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날씨는 봄날 같다. 추위를 싫어해서 따뜻한 것이 좋지만 그래도 날씨는 떄를 맞추어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덥고 그래야 할텐데...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는 그리 추운줄 모르겠더니 바닷가에 내리니 바람이 매섭다. 아, 역시 겨울.. 일탈을 꿈꾸며/무채색 그림 2007.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