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누군가 무심코 던지는 질문이 상대에게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 누군가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가장 먼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상대의 가슴에 파장을 일으키는 정도는 아마도 가까운 사람이 먼 누군가보다 더 크고 더 아프겠지. 그런데 누구든 상대가 그렇게 아프.. 痛通統/독백 2006.08.28
보름달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떳나? 남산 위에 떳지." 오늘 밤은 이 노래가 혀끝에 자꾸만 맴맴 맴돈다. 삼경(三庚)의 남쪽하늘에 둥근 달이 말없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음력 7월 15일. 두렷이 떠오른 망월(望月). 만월(滿月). 어릴적, 정월 대보름의 그 달이 기억저편에 두렷하게 떠오.. 痛通統/독백 2006.08.09
술 고픈 날 그대 찾아 가는 길에 맑은 바람이 머리카락 날리더이다. 그대만큼이나 가녀린 바람이었지요. 그대가 좋아하는 식혜와 옥수수와 꽃 한 송이. 그대는 좋아했을까요? 그대 앞에 있는 그 음식들을 보고 아이는 묻습니다. "엄마, 할머니가 나와서 먹어? 언제? 그전에 벌레가 먹으면 어떻게해?" "...... 아마 벌.. 痛通統/독백 2006.07.28
측백나무 사이로 이른 새벽의 바람이 머리를 날리는 기분은 상쾌하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태풍에도 장맛비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의연하게 서 있는 측백나무들로 눈이 시원하다. 나무들의 머리는 연한 초록색으로 아이들의 우윳빛 피부를 연상하게 한다. 만지면 그 부드러움에 흠뻑 빠져 들어 사랑하게 될 것만 .. 痛通統/독백 2006.07.12
적멸(寂滅)의 사랑 나는 적멸의 사랑을 하고 싶다. 고요히 사라지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회색빛 천공(天空)에서 하느님의 눈물인지도 모를 빗물이 내리고 있다. 그 공중을 가르고 날으는 까치와 백로와 참새가 제각각 목욕을 하고 있다. 나의 눈은 즐겁다. 그들의 씻김이 춤사위같아서 즐겁고 곧 나를 씻는 것 같아서 .. 痛通統/독백 2006.07.11
닭 우는 아침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몸이 아프면 공간의 제약을 받으며 마음도 따라서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활짝 열린 공간이 그립다. 푸른 초원 드넓은 바다 진한 향기 내뿜는 대기를 가르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고 싶다. 말처럼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는 말이다. 말.. 痛通統/독백 2006.06.22
차 한 잔에 사랑을 담고 긴 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그대로 화석처럼 굳어 버릴 것 같았다. 기다림에는 아름다움이 내포 되어 있다. 기다림에는 사랑이 숨어 있다. 사랑은 아름다운 한 순간에 빛을 내뿜고 그 빛은 그 순간을 영원으로 간직하고 있다. 기다림이 없었다면 아름답지 않았을 그 순간들. 성급한 마음에 다그치고.. 痛通統/독백 2006.06.21
빗방울 되어 빗방울이 되어 오신 당신을 바라봅니다. 오늘 비가 오는 모습은 다소곳한 한 여인의 모습같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는 그 여인과 같은 아름다운 빗방울 소리를 듣습니다. 비가 오면 마음은 차분하여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격정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비가 .. 痛通統/독백 2006.06.14
예기치 않은 일 예기치 못한 일은 정신을 아사상태에 빠뜨린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목숨이라도 끊고 싶은 심정으로 아둥바둥 발버둥을 쳤던 시간들이 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작은 빛 한 줄기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헤메이다 또 헤메이다 결국에는 그 어둠에 자멸하듯 쓰러지기도 하는 인생이 있다. 누.. 痛通統/독백 2006.06.08
마음껏 사랑할 수 있어 좋다 사랑을 함에 요즘처럼 사랑한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사랑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주고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랑을 하는 것 그것에서 오는 나 자신으로의 회귀는 또다른 희열을 준다. 청년시절 나는 첫사랑에 실패했다. 스물다섯 꽃같은 나이에 사랑을 잃었다. 아니 배신이라고 해야하나. 등을 돌린 .. 痛通統/독백 2006.06.08